금융지주사, 증권IB냐 은행IB냐 “고민되네~”
하나금융지주, 지난 7월 하나대투증권 출범…“단기 수익률 높은 은행IB가 좋아”
우리∙신한금융지주, 은행 속 증권업무…“중장기 영업이익을 노려라”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은행권의 증권사 M&A, 신설 움직임이 점차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이미 증권사를 소유하고 있는 하나∙신한∙우리금융지주 등은 투자은행(IB)의 업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 모색에 분주한 모습이다. 현재 수익률과 중장기적 수익률 중 어느 부분에 무게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증권중심의 IB인지 은행중심의 IB인지가 판가름 나기 때문에 관련 업무를 어느 계열사로 모으는 게 이득이 될 지 해당지주사들로서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투자은행(IB)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면서 금융업계 내부에서는 IB업무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은행∙증권사간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 창출과 더불어 자통법 시행에 대비하는가하면, 기업∙국민은행 등은 증권사 설립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그 외에 증권사를 소유하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은 은행중심 IB와 증권중심 IB의 기로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각각의 금융지주사들이 고민을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의 영업수익을 생각한다면 은행 IB가 훨씬 수익률도 높고 잠재력 역시 크다. 그러나 자통법 시행을 앞둔 상태에서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증권 IB의 발전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국민은행 등이 증권사 설립에 눈독 들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금융지주사 IB업무 육성전략 ‘제각각’
일단 하나금융지주는 증권업 위주의 IB 육성으로 기운 듯한 분위기다. 하나금융지주는 IB업무를 증권 위주로 키우기 위해 7월 초 하나증권을 하나은행 IB부문과 통합해 하나대투증권을 출범시켰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장하원 소장은 “IB를 확실히 키우기 위해 IB 전문 증권사를 세우기로 했다”며 “하나대투증권은 은행의 강점과 증권의 강점을 모두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반면 우리∙신한금융지주 등은 은행은 은행대로, 증권은 증권대로 IB업무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신한지주 관계자는 “현재는 IB 발전 초기단계인 만큼 은행과 증권이 지닌 강점을 이용해 각각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게중심은 은행 쪽으로 쏠려있는 듯 보인다. 우리투자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의 IB 조직이 은행 본점에 입주해 있다는 점이 그 간접적인 증거다. 이는 규모면에서 현재 은행이 증권사의 10배에 달하는 영업수익을 올리고 있고, 발전 속도 또한 빠르다는 점을 감안해 내린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은행IB VS 증권IB 氣싸움 ‘팽팽’
그동안 국내 IB 시장은 높은 신용도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은행권이 주도해왔다. 그러나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고 산업은행IB 부문을 흡수한 대우증권이 대형 금융투자회사로 거듭나는 등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한 ‘빅뱅’이 가사화될 경우 사정이 달라진다. 은행 IB들이 은행법 내에서 영업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만큼 증권사들이 자금동원력 등에서 경쟁력을 갖게 될 경우 증권 IB들이 은행 IB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시장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의 은행중심, 증권중심 IB에 대한 의견 역시 분분하다. 관련업계 한 전문가는 “은행 IB들의 경우 자금 조달 능력을 빼면 IB 부문에서 특별한 경쟁력을 찾기 어렵다”며 “IB는 투자관념이 강한 증권사가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반면 금융연구원 김동환 연구위원은 “IB업무는 증권사의 고유 업무지만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위탁매매에 치중해 자금동원력과 네트워킹 능력이 떨어진다”며 “IB의 핵심 역량이 자금 동원력과 네트워크, 리스크 관리, 상품 개발 등 임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선 증권사보다 은행이 IB에 유리하다”고 말했다.이와 관련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은행 IB가 하는 일이나, 증권 IB가 하는 일에 대한 명확한 구분도 잘 돼 있지 않은 실정”이라며 “업계나 정부가 IB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하고 접근하고 있느냐 관건”이라고 강조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