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잿더미로 변한 국보1호 보며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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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잿더미로 변한 국보1호 보며 '분노'
  • 매일일보
  • 승인 2008.02.1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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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누리꾼 숭례문 화재 격렬 성토…문화재청 홈피 폐쇄

[매일일보닷컴] 11일 긴 설 연휴를 마치고 월요일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하루밤새 잿더미로 변해버린 숭례문을 바라보며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시민들은 한동안 망연자실 바라보더니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환경미화원 최권철씨(53)는 "남대문 일대에서 일한지 6개월 정도 됐는데 하루아침에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문화재를 잃은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과거에도 방화 등으로 문화재가 불탔는데 여전히 제대로 된 대책은 없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날 밤을 꼬박 새며 TV로 화재상황을 지켜봤다는 주부 박옥순씨(59)는 "TV로 보고 너무 기가 막혀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 아침 일찍 와 봤다"며 "일반 가정집도 아닌 국보 1호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다니 세상에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어이없어 했다. 박씨는 또 "처음에 진화작업만 꼼꼼히 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며 "관계당국의 늑장 대응으로 온 국민의 가슴에 상처만 남게 됐다"고 비난했다.건물 소방시설관련 업무를 담당한다는 김성남씨(37)는 "초기 진압에 너무 소극적이어서 화재를 키웠다"며 "초기 진압만 잘 됐어도 전소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관계당국의 미숙한 초기 대응을 안타까워했다.숭례문 근처에서 토스트 장사를 하는 김정자씨(49.여)는 "새벽에 시꺼멓게 타버린 숭례문을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며 "문화재청이나 소방당국이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던 것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조그만 빌딩도 밤낮으로 누군가 지키고 있는데 하물며 나라 제일의 문화재를 이렇게 방치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공무원들이 하는 일이 무엇이냐 잘못한 사람들은 문책해야 한다"고 성토했다.원어민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미국인 앤드류 미라비토씨(31)는 "한국인 친구를 통해 불이 난 소식을 전해 듣고 깜짝 놀랐다. 한국의 전통 건축물을 사랑하는데 슬프다"면서 "국보 1호로 지정할 만큼 소중한 문화재라면 감시를 철저히 하고 사고에 대비해야 하는데 그 점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누리꾼 숭례문 화재 격렬 성토…문화재청 홈피 폐쇄 
  
국보 1호 숭례문 화재에 대한 적절치 못한 대응을 놓고 문화재청과 소방방재청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국민들의 거센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문화재청 홈페이지는 다운됐다.

소방방재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누리꾼 이모씨는 "국보가 타고 있는데 문화재청과 연락이 되던 안 되던 화재진압을 했었어야 했다"며 "왜 소방당국은 문화재 내부에 물이 들어가지 않는 상황인데도 자꾸 밖에서 물만 뿌려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또 다른 누리꾼 이모씨는 "우리나라 소방당국은 목재 건물은 화재 시 건물 해체가 진압보다 우선 된다는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있었다"며 화재 진압 방법이 적절치 못했던 것을 지적했다.
누리꾼 유모씨는 "문화재청에서 신속하게 현장에 나와 상황을 판단해 기와지붕을 뜯어내고 불이 타고 있는 화재 장소를 찾았다면 그렇게 허탈하게 숭례문이 불에 타지는 않았을 것" 이라며 "문화재 화재 진압 경험이 부족한 소방당국에 적절치 못한 대응도 문제"라고 맹비난했다. 문화재청은 한때 인터넷 홈페이지가 다운돼 폐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문화재청 홈페이지는 누리꾼에 방문이 폭주하면서 새벽 1시부터 오전 8시까지 '홈페이지 시스템 점검 안내'라는 문구와 함께 홈페이지 시스템 점검 작업으로 인해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는 설명이 나와 누리꾼들에 비난과 항의를 피하지 못했다.문화재청 홈페이지 다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소방방재청 홈페이지 토론방에서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서버 일시 중단에 관한 비난 댓글이 이어졌다. 누리꾼 양모씨는 "문화재청 홈페이지가 갑자기 시스템 점검을 하는 진짜 이유를 알고 싶다"며 "네티즌들의 항의와 비난의 글이 빗발치자 고의로 홈페이지 닫고 회피하는 것 아니냐"며 맹비난을 가했다.누리꾼 한모씨는 "화재 진압에는 늑장대응 해 몇 시간이 걸리면서 국민들의 항의에 귀 틀어막는 것은 한순간"이라며 홈페이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데 대해 씁쓸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에 문화재청 관계자는 "홈페이지가 일시적으로 작동 안 되었던 것은 홈페이지에 나왔던 것처럼 시스템 점검 시기는 아닌데 정확한 원인을 모르겠다"며 "동시에 많은 사람이 접속해서 시스템이 다운 된 것 같으며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시민단체 "숭례문 전소는 인재"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는 11일 논평을 통해 "숭례문 전소는 인재가 빚어낸 사고"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숭례문이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황폐하게 전소된 사실은 화재진화의 방법과 관련 기관과의 공조에 근원적인 문제가 있지 않고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화재가 발생하면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는 화재진화시스템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문화재 화재예방체계에 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국보급 문화재에 대한 다양한 화재의 예방에 철저한 대비책 없이 개방을 한 전시·과시 행정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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