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범진 기자] 우체국 집배원들이 과로사를 막기 위한 인력 증원과 토요일 배달 폐지(주5일제 시행)를 요구하며 오는 다음달 9일 사상 첫 총파업을 강행키로 했다. 앞서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안으로 집배원 1000명을 증원하고 오는 7월까지 토요일 배달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지만, 두 가지 합의사항은 모두 이행되지 않고 있다.
집배원의 과로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며 2017년 우정사업본부, 우정노조 등 노사정이 구성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추진단’도 1년 뒤인 지난해 10월 “집배원의 안전사고와 과로사를 막기 위해서 집배원 2000명이 더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우정노조는 총파업을 앞둔 다음달 1일에는 투쟁리본과 조끼를 착용하고 ‘전조합원 정시출퇴근’(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보통 이들의 업무는 오전 8시에 시작하고 최소 오후 7시를 넘겨야 끝이 난다. 9시부터 6시까지 이어지는 배달 업무 외에, 우체국에서 배달할 우편물들을 손으로 ‘구분’하는 작업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한만큼 돈을 받지도 못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취재원은 “(법정근로시간인)52시간을 맞춰야 한다며, 저녁 8시나 9시쯤 일을 끝내도 보통 7시까지만 시간외 수당을 쳐준다. 조금씩 다르긴 해도 대부분 우체국이 그렇다”고 귀띔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번 노조의 파업 결의에 대해 “실제 파업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화를 지속하겠다”면서도 “예산문제로 조합의 요구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기존의 입장과 크게 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우정노조는 “우정사업본부가 경영위기를 운운하는 것은 명백한 이율배반이며 경영실패”라고 비판한다. 경영효율화 이유로 2015년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현장인력인 하위직은 1023명 줄이면서도 관료 조직인 행정·기술직 등 고위직을 오히려 대폭 늘렸고, 우체국 급수를 대대적으로 승격시켜 행정고위직 승진잔치를 했다는 것이다.
우정노조는 정부가 금융사업에서 난 이익금 2조8000억 가량을 일반회계로 전출하지 않고 우편 사업의 적자 보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영섭 우정노조 정책기획본부장은 “공공부문 중 특별회계로 운영되는 곳은 우정사업본부밖에 없다”며 “일반회계로 돈만 안 나가도 충분히 자체적으로 운영해나갈 수 있는데 기획재정부에서 승인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대표적 공공재로서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전기를 공급하는 한국전력공사 등에 일반회계 지원을 하지만 우정사업본부에 대해서만은 예외로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