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신성숙 기자]

# 50대 가장 김모씨

“온가족 4명이 스마트폰을 개통했다. 본인, 부인, 자녀 2명이 매달 60만원 가까이 휴대폰요금이 나온다. 기존의 통신비가 20만원 정도였는데... 생계가 곤란한 지경이다. 며칠 후면 또 요금이 청구될텐데 막막하기만 하다.”

# 30대 가장 장모씨“안하겠다는 집사람을 끌어들여 스마트폰을 같이 개통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도 추천해드렸다. 다단계도 아니고... 조건도 좋고 대기업인 LG에서 한다고 하기에 여기저기 다 추천하게 됐다.”# 30대 회사원 조모씨

“회사식구들 다 모아서 가입했지만 나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상황이다. 중간에서 입장이 난처해져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닌다.”

# 40대 주부 권모씨

“조건이 너무 좋아 처음엔 보이스피싱을 의심했다. 그러나 요즘 스마트폰 막 주는 분위기에 특판점·본점이라 해 믿었다. LG로고가 대문짝만하게 적힌 옷을 입고 와서 스마트폰을 직접 배달해주었다. 이렇게 완벽하게 하는데 안 속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LGU+가 직영대리점의 대규모 사기 영업으로 수천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늑장대응과 책임전가 등으로 일관해 피해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미끼’는 위약금 전액 지원과 100만원대 스마트폰 무료 제공
10만원짜리 입막음용 ‘대체처리확인서’ 소비자 ‘분개’

LGU+의 직영대리점인 씨티모바일은 지난 2010년부터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전화의 단말기 잔여할부금과 위약금을 전액 지원해주고 100만원 상당의 최신형 스마트폰까지 무료로 제공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 걸며 대대적인 신규 고객 유치에 나섰다.

조건은 LG전자 단말기를 사용하고 72요금제(부가세 포함 8만원 정도)를 3개월만 쓰면 된다는 것이었다. 기존 사용 휴대전화의 잔여할부금과 위약금, 72요금제 사용으로 인한 차액(저렴한 요금제 원하는 고객의 경우), 스마트폰 단말기값 등을 포함한 지원금은 매달 고객의 통장으로 입금해준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LGU+ 직영대리점을 믿고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폰도 해지해가며 새로 가입했다. 직원들의 복장도 LGU+와 똑같아 더욱 믿음을 주었다.

그러나 계약이 끝나고 난 후 대리점으로부터 입금돼야 할 지원금은 들어오지 않았고, 오히려 위약금과 함께 스마트폰 단말기값(100만원 상당)이 36개월 할부로 매달 3만원씩 청구되기 시작했다.

당황한 고객들은 LGU+고객센터에 민원을 요청했지만 대리점에 연락해보라는 답변뿐이었다. 대리점 역시 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리점으로부터 지원금이 입금되지 않은 채, 매달 고객이 내야할 통신요금은 계약당시 내기로 했던 금액의 두 배에 가까운 15만원 정도였다. 대리점 측에서 부담하기로 한 지원금(2~3만원)에 가입비(3만원), 유심비(8천8백원)가 청구된 건 물론이고 신청하지 않은 부가서비스(1만원 상당)까지 가입돼 있어 요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피해자 3000여명, 피해액 1인당 150만원 안팎

이런 식으로 사기를 당한 고객은 파악된 것만 무려 3000여명. 피해액도 1인당 150만원 안팎이었다. 민원이 폭주하자 LGU+는 ‘대체처리확인서’라는 이상한(?) 문서를 제시했다. 이 확인서의 내용은 “당사(LGU+·씨티모바일)는 도의적인 책임으로 피해자에게 10만원을 합의금으로 줄테니 추후 씨티모바일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말라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LGU+의 처사에 분노한 피해자들은 여기저기서 물밀듯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는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포털사이트에 피해자모임카페를 개설했다.

피해자모임카페의 ‘피해 신고 게시판’에는 10월 한 달에만 130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으며 다음 아고라 청원 서명 참여자도 300명에 달한다.

현재 씨티모바일 대리점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고객의 수는 3000여명을 넘어섰는데 LGU+의 다른 대리점까지 더하면 이번 사건으로 인한 총 피해자수는 5000여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측된다. 피해금액만도 50억원 이상일 것으로 파악된다.

LGU+본사와 대리점 양측으로부터 외면당하던 피해자들은 도움의 손길을 찾아 방송통신위원회, 국민신문고,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고발센터 등으로 적극적인 피해 구제를 요청했다.

계속되는 방통위의 압박과 끊임없이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하기가 어려워진 LGU+는 현재 ‘좌불안석’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민식 새누리당(부산북구, 48)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LGU+는 대리점을 대상으로 강제 판매목표 할당, 강제 합의서 작성, 강제 권역조정을 통한 영업구역 강탈, 방통위 단속 정보 유출, 불법TM 강요를 시킨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박위원은 “LGU+의 불공정 행위를 통해 피해를 본 대리점주들은 평균 30~50억 원의 손해를 입고 대리점 계약을 해지 당했고, 이외에도 대리점들에 단속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불법으로 고객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판매점에 불법TM을 하도록 강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공정위에 LGU+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정밀한 조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