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미래저축은행 회장 도피 도운(?) 우리은행 임직원 무더기 징계
[매일일보 황동진 기자] 이순우 우리은행장(62ㆍ사진)이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우리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실적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올 한해 터져나온 각종 사고들로 인해 업계 안팎에서는 이 행장의 리더십 부재까지 거론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감독원이 영업정지 직전 중국밀항을 시도한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도피자금 인출 등과 관련해 우리은행 임직원들을 무더기로 징계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행장의 자리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오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우리은행 검사에서 적발된 사항에 대한 징계안을 논의한다.금감원은 지난 5월 김 전 회장의 도피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특별검사에 착수했다.금감원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영업정지 사흘 전인 5월3일 오후 5시께 현금 135억원과 수표 68억원 등 203억원을 우리은행 서초사랑지점에서 찾아갔다. 그는 4시간 뒤 경기도 화성시 궁평항에서 밀항을 시도하다가 체포됐다.금감원은 “인출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계좌 비밀번호도 마음대로 바꿨다”며 “우리은행이 내부 통제에서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김 전 회장의 도피 자금을 포함해 우리은행 검사에서 적발된 내부 통제의 문제점 등을 근거로 기관과 임직원 수십명을 징계하는 방안을 제재심의위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일각에서는 이 행장의 리더십 부재가 우리은행을 위기에 빠뜨린 원인으로 지목한다. 우리은행의 실적 악화는 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치부하더라도 올 한해 우리은행에서 터져 나온 각종 비리 행위는 이 행장의 리더십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평가한다.올해 정‧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금융업계 대형 이슈 중 우리은행은 늘 단골손님이었다.서울 양재동 송파 인허가 비리 사건에 연루돼 곤욕을 치렀는가하면 저축은행 사태에서도 우리은행은 주조연급으로 등장했다.뿐만 아니라 지난 6월에는 우리은행 본점 간부가 광고업체로부터 수년간 리베이트 등을 받아오다 적발돼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이어 지난 8월에는 우리은행 일산중앙지점 여성 간부가 고객돈 수십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2년 동안이나 몰랐다가 뒤늦게 자체 감사에 착수해 고객예치금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올 초 금융소비자연맹이 발표한 금융감독원의 은행별 제재 현황에서도 우리은행은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3년6개월간 기관경고 3번, 제재 13회, 문책 임직원 수 5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이순우 행장은 금융위원회가 주관한 자금세탁 방지의 날 행사에서 자금세탁 방지 유공 대통령 표창을 받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내부 통제나 위험 관리 수준이 제1금융권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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