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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지난 설 연휴, 눈비가 오락가락하는 산막에서 장작난로 지펴놓고 한 손으로 바쳐 들기에는 무거울 만큼 두꺼운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고교 중퇴에 정규 교육을 받은 바 없고, 재무제표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CEO에 오른 인물. 한 회사를 이끌어가는 사장이 맞나 싶은 괴짜를 넘어 별종 같은 글로벌기업 CEO 버진그룹 리처드 브랜슨의 자서전이었다.
그는 새로운 항공 노선 취항을 알리기 위해 120여 미터 상공에서 낙하를 하고, 비행기 안에서 지루해하는 승객들을 위해 음악과 춤이 난무하는 기내 안전수칙 동영상을 만들었다. 비행기 좌석 위 가방 보관함에 숨어 승객이 탑승 후 가방 보관함을 열면 인사를 건네 승객들을 놀래키는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최근엔 우주여행 기업 버진갤럭틱을 뉴욕 증시에 상장 시키면서, 민간 우주여행 기업 최초의 기록을 만들어냈다. 그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함께 민간 우주 여행사업을 주도하는 3인방 중 하나로 꼽힌다.
순수와 파격과 혁신을 넘나드는 그의 행보에 매료되어 단숨에 800페이지를 읽고 말았다. 나와는 동갑내기인데다, 성격도 비슷한 점이 많아 마치 내가 인도양, 대서양을 넘어 그의 자리에서 사업을 일구고 경쟁하고 성공하고 실패한 듯한 즐거움을 맛봤다. 결코 돈이 목적이 아니라는 점,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실패마저도 유쾌하게 그릴 수 있는 낙천적 기질, 사람을 잘 알아보고 쓸 수 있는 능력, 재미있는 회사. 이것이 괴짜가 만든 혁신의 키워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35세에 처음 사장이 돼 일이 전부인양 산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끊이지가 않았다. 어느 순간 나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는 것 같기도 했다. 지금 회사에선 일하는 회장이지만, 밖에서는 합창으로 세계 평화를 노래하는 청춘합창단의 단장이자, 사이버대학교 성악과에 입학한 늦깎이 학생이자,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즐겨 하고, 주말엔 산장에서 도끼질하며 보내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다운 삶을 살고 있다. 나 역시 남들이 보면 참 요상한 괴짜 CEO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리처드 브랜슨과 나를 반추하다 보니 책 제목에 그만한 답이 있다는 생각에 무릎을 탁 쳤다. ‘버진다움을 찾아서’. 누군가에게 무슨 수식어가 필요하겠는가. 나는 나로서 그는 그로서 자기다움을 완성하면 되는 것을.
몇 해 전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가 쓴 책 ‘배민다움’ 역시 자기다움, 그 회사의 회사다움을 얘기한다. 신박한 B급 감성과 치믈리에, 배민신춘문예 같은 엉뚱한 이벤트로 소비자에게 친밀하게 다가가 배민다움을 만들었다.
당시엔 괴짜로 보일지라도 그것이 자기만의 개성과 능력이 된다면 자기다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자기다움은 단지 CEO나 일부 기업에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을 드러내는 자기다움은 필요하다.
당신의 자기다움은 무엇인가? ‘자기다움을 찾아서’.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자기다움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