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길들이기’ 시도 차단 조치… 경고메시지 해석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체류인원 철수 결정이라는 대북 강경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수십년 동안 이어져온 북한의 ‘남한 새 정부 길들이기’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해석된다.집권 초반부터 북한 의도에 끌려들어가기보다는 확고한 원칙을 유지함으로써, 오히려 북한 지도부에 경고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향후 남북관계 진전 여부의 ‘시금석’으로 인식하고 있는 개성공단 문제가 순조롭게 풀리지 않을 경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비롯한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북한은 박근혜정부의 대북 기조가 이명박정부의 봉쇄정책이 아닌 만큼 결코 개성공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로 움직여 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당분간 남북 관계가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와의 기 싸움에서 눌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이번 조치로 확고하게 보여줬다.박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서로의 합의가 일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상황에서 이제 세계 어느 누가 북한에 투자를 하려고 하겠는가”라며 북한측에 불쾌감을 드러냈다.앞서 지난 24일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 오찬을 통해서도 “우리는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의 대화 수용을) 기다리고 있고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촉구하고 있다. 무원칙한 퍼주기로 더 큰 위기를 초래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내가 한 발언은 신뢰해도 좋다”고도 말해 개성공단에 대한 강경 입장을 사전 예고한 바 있다.아울러 박 대통령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선 절대로 ‘보상’하지 않겠다는 점 역시 강조해 왔다.
북한의 태도 및 상황 변화 등에 따라 ‘당근과 채찍’(대북 유화책과 강경책)을 모두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 방식에도 이 같은 기조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여권 관계자는 “개성공단을 계속 유지·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면서도 “북한이 일방적으로 우리 측 근로자들의 개성공단 출경(出境)을 불허하고, 북측 근로자까지 철수시킨 것은 분명히 공단 운영에 관한 남북 간 합의사항을 파기한 것이다. 때문에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