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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정부가 1일 정기국회 시작에 맞춰 내년도 예산을 올해 본예산보다 8.5% 늘어난 555조8000억 원으로 확정 편성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 악화로 내년 세입 증가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출은 더욱 늘어나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내년 본예산을 위해 발행되는 적자국채만 89조7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내년 950조 원에 육박하고, 내후년에는 1000조 원을 넘을 전망이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지출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1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본예산 총지출은 555조8000억 원으로 올해 본예산 512조3000억 원에서 8.5% 증가했다. 올해 본예산 증가율 9.1%, 전년도 본예산 증가율 9.5%보다는 낮지만 실제로는 역대 최대 적자예산이다. 내년 총수입이 올해 본예산 대비 0.3% 증가한 483조 원에 그치며 총지출과의 격차가 72조8000억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늘어난 예산은 복지와 일자리에 199조9000억 원, 한국판 뉴딜에 21조3000억 원, 지역사랑상품권 등 소비진작에 1조8000억 원이 투입된다. 특히 복지·일자리 예산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감안하면 사상 첫 200조 원 시대를 열게 됐다.
정부는 코로나 국난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지출이라고 하지만 실상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래 재정지출 확대를 멈추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309.5조 원) 300조 원을 돌파했던 본예산은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386.4조 원)까지 300조 원대를 유지하다 문재인 정부 원년인 2017년(400.7조 원) 400조 원을 넘긴 뒤 해마다 급증해 왔다. 현재 추세라면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는 2022년에는 본예산만 6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률 제고 없는 재정지출 확대는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인 2016년 626조9000억 원이었던 국가채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급격히 증가해 2021년 945조 원에 이르고,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 1070조3000억 원으로 1000조 원을 넘길 전망이다. 국내 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히 올라 2021년 46.7%에 이어 2022년 50.9%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지금은 재정이 국가 경제와 민생의 버팀목이 돼줘야 하는 준전시 상황”이라며 “555조8000억 원 규모의 예산안은 지금의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고 선도국가로 도약하고자 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고 했다. 예산안은 3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