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쇄신보다 진정성 있는 사과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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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쇄신보다 진정성 있는 사과 먼저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1.04.2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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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촉발된 4.7재보궐선거가 민주당의 대패로 마무리됨에 따라 민주당이 쇄신을 강조하며 새로운 원내지도부를 선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신임 원내대표로 윤호중 의원이 선출되자마자 윤 의원의 첫 공식행보인 국립서울현충원 방문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새로 구성된 원내지도부와 함께 현충원 참배하는 자리에서 방명록에 “선열들이시여! 국민들이시여! 피해자님이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민심을 받들어 민생을 살피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는 현충원에서 윤 원내대표가 뜬금없이 피해자들을 향해 사과하자 사과를 받아야 할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국가유공자·보훈대상자 등으로 구성된 민간단체에서도 “유족을 모독하는 행위”라며 비판이 쏟아졌다. 사태가 악화되자 민주당은 “이번 보궐선거의 발생 이유가 됐던 피해자들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윤 원내대표도 “우리 당이 그분들에 대해 충분히 마음으로 사과를 못한 것 같았다. 그렇다고 신원이 밝혀질 수 있어 찾아가거나 뵙자고 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았다. (현충원이) 사과를 말씀드릴 적당한 장소라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여전히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는 해명이었다. 야당은 “참으로 시간·장소·상황 모두 부적절한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어처구니없는 사과 방식”이라며 “현충원에 참배하는 목적과 피해자한테 사과하는 이유도 구분 못하는 집권여당의 지도부”라고 비판했다.
이번 윤 원내대표의 현충원 방문은 민주당에게 있어 반성과 쇄신의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첫걸음이었다. 그러나 사과받아야 할 대상과 장소, 그리고 사과의 방식에서도 문제가 되며 민주당은 부정적인 첫인상을 국민에게 남겼다. 진정어린 사과, 후회 그리고 반성은 실패를 통한 성장의 밑거름이다. 그러나 ‘컵이 바뀌었으나 내용물은 그대로’라고 한다면 어느 누가 ‘보여주기식 사과’, ‘등 떠밀린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나. 민주당 내부 초선모임에서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히며 사과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민주당이 국민 앞에 쇄신을 증명하고 싶다면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라는 제대로 된 한걸음부터 내딛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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