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 9.2%, 아시아 1위
일본, 캐나다 등 지역과 산업, 연령별 차등 적용
노동계 “중위임금 등 반영해 최저임금 결정돼야”
[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내년도 적용될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최저임금을 지역과 산업, 연령별로 차등 적용하자는 주장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19일 재개에 따르면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제노동기구(ILO) 등 글로벌 노동 통계를 기초로 아시아 18개국의 최저임금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16~2020년 한국의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은 9.2%로 1위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중국(3.2%), 베트남(6.0%)보다 3~6%포인트 높고, 아시아 역내 제조 경쟁국인 일본(2.9%), 대만(4.4%)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높은 인상률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8720원으로, 여기서 3.2%만 인상해도 최저시급은 9000원이 된다.
전경련은 ‘2011~2020년 아시아 18개국 최저임금 변화 비교’ 자료를 토대로 “최저임금 인상률 및 절대 수준 모두 한국이 아시아 지역 1위”라며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지역·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사실상 어렵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다만 해외에선 지역과 산업, 연령별로 최저임금 수준을 달리 정하는 사례가 꽤 존재한다.
한국과 산업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은 일본의 경우 후생노동성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매년 한 차례 회의를 열어 최저임금 인상 기준을 결정한다. 지방자치단체인 도도부현(都道府縣)은 이를 토대로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한 뒤 그해 10월까지 기준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역별,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가 이뤄진다.
일본뿐 아니라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업종별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한다. 국내에도 업종별 최저임금을 차등화할 법적 근거가 있다. 최저임금법 4조 1항은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영국 프랑스 벨기에 칠레 등은 연령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책정한다. 연령별 구분을 하더라도 단순히 나이가 아니라 근로 성격에 따라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업장 규모별로 차등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을 모든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과 같이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축소하는 방안이다. 4인 이하 근로자를 고용한 영세 사업자의 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
지난 18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재계는 최저임금을 최소한 동결하고, 지역별·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가구생계비와 중위임금 등을 반영해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올해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이 예상되고 미국·독일 등이 높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내수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또 다시 최저임금이 낮은 인상률로 결정된다면 소득주도성장과 노동준중사회를 외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냉철한 평가만이 존재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