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노동계와 경영계가 최저임금을 놓고 대립구도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최대 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최저임금은 작년 심의 당시 코로나19 확산에 소폭 인상됐다. 올해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지 않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18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2차 회의에 전원 불참했다. 민주노총은 공익위원 8명 교체를 요구한 바 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됐다. 공익위원 9명 중 박준식 위원장과 권순원 간사 등 8명을 유임한 점과 근로자 위원 9명 중 4명만 민주노총 추천으로 위촉한 점에 반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용자위원은 경영계의 입장, 근로자위원은 노동계의 입장을 각각 대변하기 때문에 통상 공익위원의 숫자가 최저임금 심의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작년과 올해 최저임금이 소폭 인상된 사례로 봤을 때, 민주노총은 올해도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8년 16.4%, 2019년 10.9%로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각각 2.9%, 1.5% 수준에 그쳤다. 경영계의 반발과 경제 침체가 동시다발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특히 작년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경영계의 주장에 힘이 실려, 최저임금이 소폭 인상됐다.
올해도 변수는 코로나19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학계에서는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경제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일부 백신의 경우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가졌음에 불구하고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빠른 백신 보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상반기 경제 전망이 밝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21년 상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8%로 예상됐다. 지난해 11월 하반기 경제전망 당시 예상한 3.1%보다 0.7%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치다.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부문의 침체는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는 좀처럼 회복이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말 발생한 3차 대유행에 이어 4차 대유행이 이러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경제 회복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강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1주일 일평균 확진자는 628명으로 여전히 거리두기 2.5단계 기준(전국 400~500명 이상)을 충족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반발도 거셀 전망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최저임금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대상이다. 소상공인들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영업중지 및 제한 손실보상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정부와 국회의 엇박자 의견으로 지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인건비까지 오를 경우 소상공인들의 부채 및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조세재정연구원의 ‘국가별 총부채 및 부문별 부채의 변화추이와 비교’를 살펴보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세연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가계부채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대부분 신용대출)의 규모가 주요국 대비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타대출 증가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대출, 생활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 기준금리 인하 및 유동성 공급 확대 등에 따른 주식 투자 등 다양한 요인이 섞여 있다. 기타대출 중 상당 부분을 주택 구매나 전세자금 용도로 활용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영업을 지속하며, 생계를 꾸리기 위해 대출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소상공인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소상공인”이라며 “양측의 갈등 이전에 소상공인들의 현실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상황 지속 여부가 최저임금 인상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