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아시아 18개국 비교해 韓 상승률 1위로 조사
노동계, 최저임금 원 환산액 기준 OECD 꼴찌로 반박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노동계와 경영계가 올해 최저임금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아직 심의 초입단계지만, 장외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양 측은 정부의 공약과 현실적인 문제를 놓고 논쟁을 펼치고 있다. 노동계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반면, 경영계는 국내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대폭 인상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경영계는 이미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른 상황 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경제 상황이 악화된 점을 바탕으로 동결을 바라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지난해와 올해 임금 인상폭이 낮기 때문에 노동자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1만원을 원하고 있다.
경영계는 2018년과 2019년 각각 16.4%, 10.9% 오른 최저임금 인상폭과 작년 코로나 19 사태를 고려해 사실상 동결을 바라고 있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면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도 높다. 반면 노동계는 2020년 2.87%, 2021년 1.5%로 낮은 인상폭 탓에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가 어려워졌고 양극화가 심해졌다며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본격적인 장외 신경전은 연구자료 발표에서 시작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1일 ‘2011~2020년 아시아 18개국 최저임금 변화 비교’를 발표했다. 한국의 2016~2020년 최저임금 연평균 상승률은 9.2%로 아시아 18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제조 경쟁국인 일본(2.9%), 대만(4.4%)보다 높은 수치다.
전경련의 발표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한국 최저임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019년 기준 5인 이상 사업체 정규직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8350원) 비중은 34.5%,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중은 44.2%에 그쳤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양 측의 주장에는 허점도 존재한다. 전경련의 경우 비교 대상 오류가 대표적이다. 전경련은 아시아권 국가들을 국내와 비교했다. 국내와 제조업 경쟁구도를 형성한 일본, 중국 등과 비교는 적절하지만, 캄보디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임금 인상률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다.
민주노총의 주장에도 맹점이 있다. 민주노총은 비교대상을 OECD 국가로 설정했고, 5인 이상 사업체의 정규직 통상임금에서 최저임금(월 환산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했다. 각 나라의 최저임금으로 한 달을 일해 받는 급여가 그 나라 정규직 평균임금의 몇 %인지를 계산한 셈이다.
하지만 국내 전체 노동자를 포괄하지 못한 조사로 평가받는다. ‘5인 이상 사업체에 종사하는 정규직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중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영세한 사업장일수록 임금이 낮다. 최저임금 대비 정규직들의 임금이 낮다는 주장은 반대로 영세업체에 근무하는 이들의 임금이 높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동자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갈등은 점차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의결하면 고용노동부는 오는 8월 5일까지 고시하기 때문에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7월 중순까지 대부분의 심의를 끝낸다. 사실상 심의는 약 2달 남은 셈이다. 이와 발맞춰 양 측은 각자의 주장을 이뤄내기 위해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