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와 맥주공장 설립 협약…오비맥주 인수 넘봐
[매일일보 김형석 기자] 2009년 오비맥주 인수실패 이후 맥주시장 진출의 기회를 엿보던 유통공룡 롯데가 지난해 1월 충주시와 맥주공장 설립에 관한 투자협약을 체결하는 등 소주시장에 이어 맥주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여 주류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문(롯데주류)은 지난해 1월 충주시와 맥주공장 설립을 위한 협약을 맺고 3만평 규모의 테스트 공장을 우선 완공하기로 했다.
롯데주류는 또 7000억원을 투입해 10만평(33만㎡) 규모의 본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는 하이트진로의 홍천 공장과 비슷한 규모다.본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40만㎘의 맥주 제조가 가능하다. 이 생산량은 지난해 오비맥주 연간 생산량(100억㎘)의 40%, 하이트진로 맥주생산량의 절반에 가까운 양이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지난 2009년 오비맥주를 소유한 인수전에서 사모펀드인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R)에게 내줬지만 재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당시 KKR은 당시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벨기에의 앤호이저-부시 인베브(AB InBev)가 소유한 오비맥주를 18억달러(2조3000억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최근 오비맥주 최대주주인 KKR이 매각을 선언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아직 롯데가 제시한 최대인수 금액(3조원)과 KKR이 매각하려는 금액(5조원)의 차이가 상당하지만 전문가들은 인수가 완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다.외국계 사모펀드인 KKR이 한국에서 맥주회사를 계속 운영할 의지가 없다는 점과 사실상 오비맥주를 인수할 기업이 없는 상태에서 가장 유력한 인수자로 롯데가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당장 롯데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브랜드만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리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본격적 맥주 생산도 빨라야 3년이 소요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따라서 국내 유통 분야에서 거의 유일하게 진출하지 못한 맥주시장에 롯데가 진출할 경우 시장은 ‘시계 제로’의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주류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맥주시장에 진출한다는 말이 이미 업계에서는 기정사실화됐다”며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맥주시장에 진출하면 국내 주류시장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한편 롯데주류는 지난 3월 지난해 한 인터넷방송이 ‘처음처럼’의 알칼리환원수가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방송을 내보내자 영업사원들을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조직적으로 방송 내용을 확산시켰다는 이유로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에 1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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