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업재편 늘어나며 주주간 이해충돌 빈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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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업재편 늘어나며 주주간 이해충돌 빈번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1.09.1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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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감자・증자 등에 소액주주 반발…국민연금 반대권 행사까지
16일 배터리 사업 분할 안건을 처리한 SK이노베이션 주주총회 회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16일 배터리 사업 분할 안건을 처리한 SK이노베이션 주주총회 회의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기업재편이 늘어나면서 주주간 이해충돌도 잦아지고 있다. 특히 소액주주와의 연결고리가 약해지는 물적분할에 얽힌 분쟁이 두드러진다. 기업재편이 지배주주에 유리한 방식으로 전개돼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각사 및 금융감독원,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대규모 기업집단의 사업재편 움직임이 활발한 속에 회사 분할계획 등을 두고 소액주주와 마찰을 빚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LG화학 배터리 분사에 이어 이날 임시주주총회를 치른 SK이노베이션 분할 안건에 대해서도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셌다.
최근 수년간 주요 대기업 집단이 추진한 분할은 인적분할에 비해 물적분할 횟수가 많았으며, 이러한 물적분할 회사는 이후 지분 변동이 일어난 사례도 다수였다. 최근 3년 내 한화, KCC, 현대중공업 등이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이후 분할회사를 매각했다. 인적분할과 비교하면 소액주주가 그 재편 과정의 의사결정에 관여할 여지가 작은 만큼 지배주주 의사 위주로 진행되는 분할방식이 소액주주 권익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두산그룹에서 분할돼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된 현대두산인프라코어(전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10일 주식 액면가를 낮추는 5대 1 무상감자 안건을 임시주주총회에 올려 통과시켰다. 보통 무상감자를 할 때는 주식 수를 줄이며 대주주가 책임을 지고 차등감자를 실시하지만 액면감자는 이런 부담도 피해간다. 이에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컸다. 두산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된 두산인프라코어는 그 자체로는 실적이 나쁜 게 아니라서 무상감자와 더불어 이후 예정된 유상증자까지 단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회사측은 재무개선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소액주주들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합병(M&A)에 쓴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주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할 안건을 다룬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했다. 국민연금은 “분할계획의 취지 및 목적에는 공감하나 핵심사업부문(배터리사업 등) 비상장화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어 반대한다”고 밝혔다. 주총 결과 분할을 포함해 상정된 안건은 모두 승인됐다. 당초 회사 내부지분율이 높은 만큼 주총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의 반대를 무릅쓴 부담을 안게 됐다. 이날 통과된 안건 중 정관 신설안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이 있었다. 의결권 배제 또는 제한에 관한 주식, 전환에 관한 종류주식 등의 발행을 허용하고, 회사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가 있는 경우 등 지배권 위협이 있을 때 종류주식을 의결권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또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보수의 6배(사외이사의 경우 3배)로 제한하는 조항도 신설 정관에 담겼다. 경제개혁연대는 “다른 대규모 상장법인들과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종류주식 발행을 허용한 것은 지배주주의 지배권 방어 목적 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며 “이는 향후 에스케이배터리 상장 시 외부주주의 정당한 경영참여를 어렵게 할 우려가 있는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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