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3세, 코로나19 사업 이후 '신사업 개발' 숙제
[매일일보 이용 기자]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오너3세 시대를 열었다. 오너 3세들이 차세대 리더로서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코로나19 종료 이후의 신사업 발굴이라는 과제를 안고 경영일선에 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총에서 대원제약, 보령제약, 한독 등이 오너3세 중심의 경영 체제를 출범시켰다. 업계에서는 해당 기업들이 전문경영인 영입이 아니라 ‘오너 경영 체계 굳히기’에 들어간 것은 국내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을 대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제약업계에서 가장 큰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사업이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사업 확보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여러 세대를 거쳐 신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오너 경영’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사업 이상의 가치를 지닌 사업은 신약 개발로, 보통 10년 이상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라며 “매년 성과에 따라 평가받는 전문경영인은 단기적인 사업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장기적인 사업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에 세대를 아울러 경영방침을 고수하는 오너 일가 경영 승계를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보령제약은 오너·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게 된 배경에 대해 '경영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보령제약은 이번 주총에서 김정균 이사(신규 선임)와 장두현 이사(재선임)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창업주 김승호 회장의 손자이자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의 아들인 김 대표는 지난 1월 신임 사장으로 선임되며 본격적인 '3세 경영'을 예고한 바 있다. 김 대표는 국내외 투자 활동 등 새로운 수익기반 창출에 집중하고, 장 대표는 내실경영을 통한 수익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한독은 오너 3세 김동한 경영조정실 상무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1984년생 김 상무는 한독 창업주인 고 김신권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김영진 한독 회장의 장남이다. 한독은 김 상무가 경영전략 및 기획, 장단기 회사 경영의 전 부문에 걸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 능력을 검증해 사내이사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한 내부 관계자는 “김 이사는 이미 상무 시절 한독의 컨트롤타워로 알려진 경영조정실에서 근무하며 여러 성과를 올렸다. 사내외 모두 김 이사의 능력에 대한 이견이 없다”고 전했다.
대원제약은 오너 3세인 백인환 마케팅본부장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1984년생 백 이사는 창업주 고(故) 백부현 전 회장의 손자이자 백승호 회장의 장남이다. 2011년 대원제약 마케팅팀 사원으로 입사한 뒤 2019년 마케팅본부 전무로 승진했다. 업계는 백 이사 또한 향후 국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평가받는 MZ세대인 만큼, 해당 연령대에 유효한 마케팅 전략을 활용해 기업을 젊은 체질로 바꿀 것이라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너3세들은 입사 당시부터 실무에 투입돼 기업 사정에 능통하고 연령대도 젊다. 이들이 다소 보수적이었던 제약업계의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