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단기적 충격은 피하기 어려울 것”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이달 미국의 출구전략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정부의 대응태세도 강화되고 있다.미국의 출구전략은 이미 4개월 전부터 예고돼 있었지만 한국이 소규모 개방경제인 만큼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17~18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양적완화 축소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응태세를 강화키로 했다.미 연준은 현재 850억달러 규모로 진행해온 국채매입액을 줄여 시중의 통화량을 줄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지 않아 양적완화 축소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미국의 경제전문방송인 CNBC 조사에 따르면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9월로 예상한 시장 전문가 비율은 43%로 여전히 가장 많다.추경호 기재부 1차관은 “미 양적완화 축소는 시기가 언제이든 예고된 것이어서 과거처럼 상당한 불안요인이 되지는 않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정부는 일단 시장 모니터링의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미 FOMC가 추석연휴에 열리는 만큼 연휴 마지막날인 22일 기재부는 시장점검 회의를 열어 FOMC 결과와 그에 따른 국내외 시장 여파 등을 점검할 방침이다.
최희남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시장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보다 정교하게 하고 있다”며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가면 단기적 충격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등 시장이 예상보다 출렁인다면 ▲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제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국인채권투자 비과세 폐지 등 이른바 ‘거시건전 3종세트’를 가동할 예정이다.일례로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높이면 외국인 자금 유입을 유도하면서 자금 유출을 일정부분 막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한은은 최악의 경우 경쟁입찰 방식의 외환스와프 등 리먼 사태 때 가동했던 외화유동성 공급방안을 재손질하고 외환위기가 실물경제로 파급되지 않도록 은행의 수출환어음을 매입하거나 은행권의 무역금융 축소위험을 차단할 계획이다.금융당국은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기업대출 건전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사들이 단기 충격에 흔들리지 않도록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금융사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는 2008년 금융위기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매달 실시하고 있다. 최근 테스트에서 국내 금융사는 모두 위기상황을 이겨낼 수준에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금융당국은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연내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계부채는 금융시장 불안의 강도에 따라 한국경제를 흔들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당국은 당분간 가계부채의 질(質)에 대한 정밀점검과 더불어 저소득, 저신용층, 노령층 등 제도권에서 벗어난 계층의 가계대출을 특별관리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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