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개선으로 국내 정유4사 1분기 역대급 실적
석유제품 가격 상승 수요 둔화 우려 위기감도 확산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정유사가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 덕분이다. 하지만 석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수요둔화 위험도 상존해 정유사가 표정 관리에 들어간 모양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4사가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규모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매출 16조2615억원, 영업이익 1조6491억원을 기록했다. 석유사업이 정제마진 강세 및 환율 상승에 따른 시황 개선,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 증가 등으로 전분기 대비 1조2865억원 증가한 1조506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이 주효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정학적 이슈에 의한 전세계 원유 및 석유제품 공급 밸런스 왜곡으로 정제마진이 상승하고 석유제품 수출물량이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해 손익 개선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올해 1분기 매출액 11조2892억원, 영업이익 1조812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각각 75.6%, 70.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현대오일뱅크도 올해 1분기 매출 7조2426억원, 영업이익 704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에쓰오일도 올해 1분기 매출 9조2870억원, 영업이익 1조3320억원을 거둬 분기 기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 기록을 세웠다.
정유사의 역대급 실적 기록 행진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평가 이익 증가와 정제마진 개선 효과가 컸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제외한 금액이다. 정제마진을 정유사의 실적 바로미터로 보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손익분기점의 정제마진은 4~5달러다. 이달 둘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무려 24.2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1분기 역대급 실적에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고유가가 인플레이션 ‘주범’인 만큼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제품은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다. 1분기 실적 개선이 ‘반짝’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정유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에게 가장 좋은 것은 서서히 유가가 상승해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라며 “최근 유가의 급등 현상은 수요 둔화 리스크가 상존한 만큼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