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전세가격이 높은 수도권 새 아파트의 월세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국 아파트 임대차 거래건수는 38만3859건(△수도권 23만2468건 △지방 15만1391건)으로 집계됐다. 거래 유형별로는 전세 23만4354건(61.1%), 월세 14만9505건(38.9%)으로 전세 거래가 더 많았고, 입주 연차가 짧은 신축일수록 전세 거래 비중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중 인구가 밀집해 임차수요가 많은 수도권에서 두드러졌다. 입주 5년 이하의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월세 거래 비중이 53.7%(2만8582건)으로, 전세 비중(46.3%, 2만4642건)을 넘어섰다.
입주 연차가 짧은 신축 아파트일수록 월세 거래 비중이 큰 이유를 수요 측면에서 살펴보면, 구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전세가격의 영향이 크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청구권 사용까지 감안해 4년 계약(2+2년)을 예상한 임대인들이 애초에 높은 가격으로 전세를 내놓자, 대출금리 인상에 이자 부담이 커진 임차인들이 ‘준전세(보증금이 2년치 월세를 초과한 임대차 거래)’ 계약에 나서면서 월세 거래 비중이 높아졌다.
올해 1~5월까지 전국 아파트 임대차 거래 가운데 ‘준전세’ 거래 비중은 △5년 이하 41.5%(4만5359건 중 1만8835건) △6~10년 이하 29.2%(2만2766건 중 6657건) △10년 초과 25.0%(8만1380건 중 2만380건)로, 신축일수록 ‘준전세’ 비중이 높았다.
특히 수도권의 5년 이하 아파트의 ‘준전세’ 거래 비중은 47.8%(2만8582건 중 1만3652건)으로 가장 높았다. 이와 함께 신규 계약할 때부터 급등한 보유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하려는 임대인들로 인해 월세 매물 공급이 늘어난 것도 월세 거래 비중을 높인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준전세’식의 아파트 월세 거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8월부터 갱신 만료된 신규계약 물건이 순차적으로 풀리는데, 주변 시세에 맞추거나 갱신계약을 포함한 4년치 상승분을 미리 반영한 가격에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지불하려는 임차인과 보유세 전가를 위해 월세를 선호하는 임대인의 니즈가 맞물리면서 주거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