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10월 상품 승인 예정…2% 수익률 제고 기대
업권 간 마케팅 격돌, TDF 운용보수 인하‧그룹연계 서비스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폭락하는 주식 시장에 단비를 뿌릴 것으로 기대된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및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가 별다른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미리 정한 방법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추락하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한 묘수로 고안된 제도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오는 10월 디폴트옵션 상품을 승인할 예정이다. 첫 상품심의위원회를 통해 승인된 상품이 공시된다. 고용부와 금융당국은 가입자의 선택권 보장과 사업자 간의 경쟁을 제고하기 위해 디폴트옵션의 적립 금액, 운용 현황, 수익률 등을 분기별로 1회 이상 공시한다. 이후 본격적인 디폴트옵션 제도가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295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300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 수익률은 2.00%에 그쳤다. 2018년에 비해 3년 만에 100조원 이상 성장했지만 수익률은 저조한 셈이다.
디폴트옵션의 장점은 퇴직연금사업자가 해당 상품군에 대한 정보를 근로자에게 제시한다는 점이다. 디폴트옵션 상품 중 괜찮은 상품을 추리기 쉬워지는 셈이다. 근로자가 4주간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운용사가 디폴트옵션 자체 운용을 통지하고 2주가 더 지나면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
투자 상품 운용 한도(위험자산 한도)도 100%로 확대된다. 현행 퇴직연금 감독규정 싱 위험자산(주식 등) 한도는 70%다.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면 한도가 늘어난다.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마진룸도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디폴트옵션으로 특히 주목받는 상품군은 타깃데이트펀드(TDF)다. TDF란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목표 시점으로 생애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자산배분펀드다.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변동성을 낮게 관리하는 구조로 설계된다. 간편하고 안정적인 장점이 있는 상품으로 각광받는다.
자본시장연구원에서는 디폴트옵션 도입에 따라 TDF 규모가 2030년까지 154조원에 달할 것으론 추정했다. NH투자증권에서도 최근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제도로 300여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실적배당형 상품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TDF 시장을 주도권을 잡으려 운용사들은 운용보수를 줄이겠다며 홍보하고 있다. 하반기들어 KB자산운용은 ‘KB온국민 TDF’의 운용보수를 10% 내렸다. 삼성자산운용은 ‘삼성한국형TDF’의 운용 보수를 0.03% 인하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투자TDF알아서펀드’의 운용보수를 15% 낮췄다. 한화자산운용은 ‘한화 LIFEPLUS TDF’ 운용보수를 최대 10% 내렸다.
이외 마케팅 역시 격해지고 있다. 은행이나 보험보다 DC 퇴직연금 시장에서 뒷전이었던 증권업계는 이번 디폴트옵션 도입을 기회로 삼고 있다. 지난 5월 말 미래에셋증권의 디폴트옵션 상품 검토 계획 발표를 시작으로, 한국투자증권은 퇴직연금본부 내 디폴트옵션 TFT를 구성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그룹 내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협업해 신상품을 개발하는 등 수익률 제고에도 나설 방침이다.
KB증권 역시 퇴직연금 자산관리컨설팅센터를 통해 현금성 자산관리, 만기 안내 등 정보를 제공해 안정적인 수익률 제공에 힘쓸 예정이다. KB증권은 금융그룹 차원의 서비스도 모색하고 있는데, KB손해보험과 함께 디폴트옵션 가입 고객에 제공하는 ‘사이버금융범죄 보상보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사이버금융범죄 보상보험은 최대 500만원 한도 내에서 피해금액의 70%까지 보장한다. 보장기간은 1년으로 디폴트옵션에 가입하는 고객 중 선착순 1만명에게 무상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