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보험 신계약건수, 작년 말比 65.47% 급감…해지 2만건 넘어
환율 오르면 보험료 부담↑…조기 해지 시 원금 절반도 못건져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으로 인해 보험료 부담이 높아지자 ‘외화보험’ 해지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들어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서 일부 보험사를 중심으로 환차익을 제시하며 달러보험 판매가 성행했다. 그러나 가입 기간이 장기고 조기 해지 시에는 환급률이 절반도 채 안 돼 소비자 주의가 요구된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수출입은행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외화보험 신계약건수는 2만5696건으로 작년 말 7만4418건에서 무려 65.47%(4만8722건) 급감했다. 반면 보험해지 건수는 2만439건으로 지난해 전체 1만9718건을 이미 넘어섰다.
월별로는 7월에 신계약 감소·해지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7월 신계약건수는 2380건으로 전월 대비 34.9% 줄었고, 보험해지 건수는 3007건으로 전월 대비 21.4% 증가했다. 외화보험(달러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수령이 모두 외화로 이뤄지는 보험상품이다.
환율이 오르면 보험료 부담이 증가하고, 반대로 보험금 수령 시점에 환율이 떨어지면 보장금액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대부분 가입 기간이 10년 이상인 보장성보험이기 때문에 조기 해지 시엔 환급률이 34%에 불과할 정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근 미국 달러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자, 외화보험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원화 약세 국면이 지속하면서 높아진 보험료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3.5원 오른 1426.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09년 4월 29일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외화보험은 주로 외국계 보험사가 판매하고 있다. 미국계인 메트라이프생명은 종신보험인 ‘(무)백만인을 위한 달러종신보험’, ‘유니버셜달러종신’ 등을 포함해 6개 이상의 달러 상품을 현재 판매하고 있다.
메트라이프가 판매한 전체 보험상품 중 달러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35%에 달한다. 이밖에 푸르덴셜생명과 AIA생명도 달러보험을 팔고 있고, 대만 푸본금융그룹의 푸본현대생명은 올해 하반기 달러보험 출시를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지급이 달러로 이뤄진다는 것 외에 기본적인 구조는 원화 보험과 동일하다. 다만 보험은 장기 상품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환차익을 기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정부 역시 환차익을 강조한 외화보험 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외화보험 적합성 진단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화보험은 환차익을 기대하는 투자 성격도 있어, 외화 수요자가 아니라면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