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MBC가 초래한 일…사과 한마디 없어"
野 "尹, 어린아이처럼 토라져 땡깡"
[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중단키로 했다. 지난 18일 MBC 기자와 대통령실 참모 사이에서 벌어진 공개 설전의 여파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재발 방지책을 마련한 뒤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윤 대통령과 언론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도어스테핑이 재개되기까지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21일 공지를 통해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 취지를 잘 살릴 수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쯤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한 뒤 곧장 집무실로 향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20일 용산 용산 대통령실 1층 현관 안쪽에 나무 합판으로 만든 가림막을 설치했다. 이를 두고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 간의 공개 충돌 계기로 가림막이 세워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곧바로 이를 부인했다.
대통령실은 "비공개로 진행된 대통령의 외국 대표단 접견 시 일부 출입기자들이 대통령실과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대표단을 촬영한 일이 있었다"며 "특히 당시 대통령실 직원이 무단 촬영임을 알렸음에도 촬영은 계속됐다. 외빈과의 사전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데 대한 외교가의 문제 제기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층 구조물 설치는 이 일을 계기로 논의된 것으로, 대통령의 도어스테핑과는 무관함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것을 두고 여야의 공방도 이어졌다. 여권은 MBC 기자의 질문 내용과 태도를 지적하면서 도어스테핑 중단 결정의 책임을 MBC에 돌렸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은 MBC가 초래한 것"이라며 "MBC는 공영방송이지만 지금까지 일련의 모든 논란에도 사과 한마디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일부 함량 미달 언론의 악의적인 난동질로 (도어스테핑)이 중단됐다. 부득이한 조치라고 본다"며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고성 지르기, 슬리퍼 난동으로 대통령과의 소통 창구를 이렇게 배설장처럼 혼탁하게 해 놓고서도 사과도, 문책도, 재발 방지 약속도 하지 않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야권은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배제하고 탄압하는 '선택적 언론관'을 드러냈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참 권위적인 발상이고 좀스러운 대응이다. 열린 소통을 하겠다면 불편한 질문도 참아넘기는 대범함이 필요한데, 불편한 질문을 거부하는 것은 닫힌 불통"이라며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에 앞서 1층에 돌연 가림벽 설치 공사를 시작했는데, 이러한 조치 역시 언론과의 소통에 벽을 치고 빗장까지 걸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경호 보안상의 필요, 외교상의 문제를 이유로 대지만 핑계로 들린다. MBC 기자와의 설전이 원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에 벽을 치고 있다. 삐뚤어진 언론관은 가림벽으로 가려지겠지만, 국민과의 소통은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청와대까지 나오며 국민과의 소통을 그토록 강조했던 것은 모두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지나지 않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한 마디로 대통령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토라져서 땡깡 피우고, 대통령실은 그런 대통령의 심기 경호를 위해 언론에 불경죄를 묻는 꼴"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