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강타한 규모 7.8의 대형 지진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문화 유산도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가지안테프 성, 디야르바크르 성채와 헤브셀 정원, 아르슬란테페 언덕, 인류 최초의 신전으로 꼽히는 괴베클리 테페(배불뚝이 언덕), 헬레니즘 시대 유적인 넴루트 산 등에서 건물이나 유적이 붕괴 등 손상을 겪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알레포 성채가 심각한 손상을 당했다.
이 유적들은 신석기 시대로부터 고대 그리스, 헬레니즘 시대, 고대로마, 사산조 페르시아, 동로마제국, 이슬람 시기, 오토만 제국 등에 걸친 다양한 시기의 것이다.
AFP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튀르키예 디야르바크르와 시리아 알레포의 상황에 대해 각별한 우려를 표현했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은 가지안테프 성의 옹벽이 무너지고 망루 곳곳이 파손되거나 큰 균열이 생겼으며 성 주변의 보도로 철책을 비롯한 잔해가 나가떨어져 굴러다니고 있을 정도로 피해가 극심하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가지안테프 성의 지진 전과 후를 비교한 사진이 다수 게시됐다.
가지안테프 성과 인접한 17세기 건물 시르바니 모스크의 돔과 동쪽 벽 일부도 무너졌다.
가지안테프는 현존하는 도시 가운데 거주 역사가 가장 오래된 도시로 꼽힐 만큼 유서 깊은 지역인 만큼 많은 유적이 남아 있다.
동서양을 잇는 요충지에 자리해 히타이트, 아시리아, 페르시아, 로마, 동로마, 아바스, 셀주크튀르크 등 여러 제국·왕조의 지배를 받았던 터라 '문화의 시루떡'으로 불릴 만큼 도시 안팎에 다양한 시대의 건축물 유적이 있다.
가지안테프 성도 그 기원은 히타이트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주요 건물들은 2∼3세기 로마인들에 의해 건설됐다. 이후 비잔티움(동로마)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1세 때 확장·강화됐다.
시리아에서는 이번 지진으로 고대 건축물인 알레포 성채를 포함한 문화 유산이 일부 파손됐다고 시리아 국가유산박물관국(DGAM)이 밝혔다.
알레포 성채는 13세기 전략적 요충지로서 궁과 군사시설, 종교사원 등을 갖춰 하나의 도시와 같은 기능을 했던 역사 유적으로, 이후 여러 차례 개축과 수리를 거쳤다.
특히 알레포 성채는 시리아 내전의 격전지로 피해가 극심했던 시기에도 수난을 겪다가 2018년 다시 문을 열고 관광객들을 맞았다.
DGAM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성채 내 오스만 방앗간 건물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고, 북동부 방어벽 일부도 금이 가거나 떨어졌다. 아유비 모스크(이슬람 사원)의 등대 돔 부분과 성 입구도 일부 파손됐다.
또한 알레포에 있는 국립박물관 벽면에 금이 가고 전시 모형들이 일부 부서졌으며 알레포 구도심 지역의 민가도 심하게 파손됐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알레포 구시가지 서문이 붕괴했다는 미확인 보고도 소셜 미디어에 사진과 함께 올라왔다.
알레포에서 남쪽으로 200㎞가량 떨어진 하마 지역에서도 이맘 이스마일 모스크, 시메미스 성 등의 벽이 무너지거나 건물에 균열이 생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시리아 북서부 바니야스 외곽에서는 11세기 십자군 전쟁 당시 요새였던 알마르캅 성이 탑 한 곳에서 석재 한 무더기가 떨어져 나가는 등 피해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