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매입임대사업 논란, 결국 승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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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매입임대사업 논란, 결국 승자는 없다
  • 안광석 기자
  • 승인 2023.04.20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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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석 건설사회부장.
안광석 건설사회부장.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주택매입가격 산정 방식을 바꿔 준공주택은 원가 이하로만 사들이기로 했다. 미분양 주택을 최고 분양가의 70~75% 수준으로 매입하고 준공 이후 사업주체에 환매해달라는 건설업계 요청에 명확하게 ‘NO’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내 집 마련을 현금으로 해결하는 사람이 드물고 결국 대출이기에 부동산업은 금리 변동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영업을 못한 것도 아니고 지난 2022년부터 오른 기준금리로 주력사업에 타격을 받은 건설사들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정부의 이번 결정은 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매입임대사업의 기본취지부터 보자. 2000년대에 만들어졌을 때부터 청년 및 신혼부부, 노인 등 저소득층을 위한 목적의 사업이지 민간업체 구제를 위한 것은 아니다. LH는 이러한 취지를 어기고 지난해 말 서울 강북권 매입임대주택 ‘칸타빌 수유팰리스’를 매입했다가 크게 대였다. 서울 내 웬만한 공공임대주택 건설원가의 2배에 달하는 가격을 치렀기 때문이다. 이 가격에 매입한 공공임대주택을 정책 취지에 맞게 서민들에게 분양한다고 하면 현재 같은 고금리 시기에 분양이 될까. 실제로 칸타빌 수유팰리스도 결국 분양가격을 점차 낮췄으나, 최근까지 9회차에 달하는 청약에도 미달이 발생했다. 미분양의 이유는 많지만 역시 가장 큰 요인은 가격경쟁력이다. 고금리에 따른 시장침체기일수록 더욱 그렇다. 당초 평균분양가보다 15% 할인된 가격에도 미분양이 발생한 주택을 최고 분양가의 70~75% 수준으로 매입해 환매하는 것도 넌센스라는 의미다.
결국 고질적 적자에 시달리는 LH가 국민혈세로 건설사들의 손실을 보전하려 한 꼴이다. 압권인 것은 LH의 이같은 실책을 유발하게끔 지시한 장본인이 임기 초부터 시장경제 원칙을 살리자던 윤석열 대통령이었다는 점이다. 일관성이 가장 중요한 것이 부동산정책이다. 이 때문인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나 LH는 현재는 매입임대주택사업과 미분양 해결은 엄연히 별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큰 방향성은 정상궤도로 돌아왔다고 해도, 외부변수로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건설사들에 각자도생하라는 식의 일방통행도 모양새가 좋지는 않아 보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분기 건설업종 구직급여 신청자 수는 4만66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7.68% 늘었다. 현장에서는 자재값이 치솟는 마당에 높은 인건비까지 감당할 길이 없다며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국경제 발전에 한 축을 담당해온 업종이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미분양에는 딱히 답이 없다. 정책계획을 세워 이행한다고 해도 시간이 걸리고 금리 등 여러 변수를 감안해야 한다. 현재의 규제완화 기조로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보증 개선 및 미분양주택 보유 주택사업자 유동성 지원 등 시장시스템이 허락하는 상황에서 업계의 숨통을 터줄 수 있는 길은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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