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롯데가 최근 광주 복합쇼핑몰 건립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경쟁 구도가 3파전(현대·신세계·롯데)으로 다자화됐다. 광주 지역이 복합쇼핑몰 유치를 통해 500만에 달하는 호남 인구를 모으는 새로운 유통산업의 메카로 탈바꿈할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광주·전남 지역은 대기업들의 대형 유통점포 건립 계획이 잇따라 계류되자 ‘유통업계의 불모지’라 불릴 만큼 사업 기피 지역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이 복합쇼핑몰 조성을 광주지역 최대 공약으로 내걸면서 고요했던 복합쇼핑몰 유치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은 지난달 롯데쇼핑 제53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광주 복합쇼핑몰 추진 계획과 관련해 “외형 아이템과 쇼핑 사업 등 복합 쇼핑몰 출점을 검토하고 있다”며, “임차료 절감을 포함해 사업성을 높일 방안을 수립하고 사업 조건과 개발 계획도 협의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가 그간 광주 복합쇼핑몰 출점을 두고 고민해왔지만, 복합쇼핑몰 공식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같은 결정을 한 배경에는 본격적인 엔데믹 전환으로 오프라인 유통 채널 성장이 전망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모든 업태가 기준치(100)를 하회한 가운데 백화점(71→94)이 업태 중에서 가장 양호한 전망치를 나타냈다. 대형마트(83→87)와 편의점(58→80) 등의 다른 오프라인 업태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지난해 롯데쇼핑 영억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9.9% 성장한 394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영업이익도 4980억원으로 전년 보다 42.9% 증가했다. 다만, 롯데가 경쟁사 대비 후발주자로 광주복합쇼핑몰 유치에 나선 만큼 부지 확보와 콘텐츠 차별화 여부가 관건으로 보여진다. 현재 거론되는 복합몰 부지로 광주 어등산관광단지와 광주 북구 본촌공단 내 롯데칠성 공장자리, 광주 북구 우치공원 등이 있다.
롯데칠성 공장 자리는 사실상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쇼핑몰을 건립하기 위해 2만여평 규모의 부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적합한 위치로 롯데칠성 공장이 떠올랐지만 용도변경 등의 절차적 복잡성으로 제외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어등산관광단지와 우치공원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그룹이 지난해 광주 북구 우치동 광주 패밀리랜드 현장을 살펴본 것이 확인됐다. 낙후된 시설을 새단장하는 것이 실재적인 대안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를 개발 시, 서울과 부산에 이어 3번째 롯데월드가 들어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어등산 부지의 경우 광주시가 전 사업자에 참여 기회를 부여한 상태다. 롯데가 해당 부지를 택할 시, 먼저 건립 의지를 표명한 신세계와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지난해 12월 신세계프라퍼티를 통해 광주시 서부 어등산 부지 41만7531㎡(약 12만6000평)에 연면적 53만6900㎡(약 16만평) 규모로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건립 제안서를 광주시에 냈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11월 광주시 북구 일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부지 약 31만㎡(약 9만3775평)에 연 면적 30만㎡(약 9만750평) 규모의 복합쇼핑몰 ‘더현대 광주’를 건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추격하는 입장인 롯데가 유통 빅3간 경쟁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롯데만이 가진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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