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유형 다양해 조사기간 두달로는 부족
해당 입주민들 조사 거부 가능성 높아
설계·시공·감리 책임 분쟁도 불가피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를 기점으로 민간까지 전수조사를 확대하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책임소재 및 보상수위를 놓고 입주민과 시행·시공사간 분쟁이 확산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실질적 부실시공 방지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주부터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고, 9월 말까지 조사를 완료할 방침이다. 당초 석달가량으로 예상됐던 조사 시기가 단축된 것인데, 국토교통부 인력과 국토안전관리원을 대거 투입해 속전속결로 해결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첫 전수조사가 진행됐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더불어 서울주택도시공사(SH)·경기주택도시공사(GH) 주요 도시의 주택공기업들도 전수조사를 추진했다. 사기업들도 자체적으로 안전인력을 파견해 시공 현장과 설계도면을 살피는 등 촉각을 세우는 중이다.
문제는 민간 대상 전수조사의 경우 워낙 민원 유형이 다양하다는 점이다.앞서 국토교통부는 철근 누락이 발생한 LH 발주 아파트는 단지명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민간 아파트에도 이같은 방침을 적용해 문제가 발견된 공정을 수행한 설계·시공·감리업체들에게 경고 및 패널티를 부여하게 된다.
단지명을 발표할 경우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한 입주민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개개인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정부가 제시한 한 달로는 부족하고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민간은 집값 하락 우려 조사를 꺼려 사실상 조사가 힘든 곳이 대부분일 것이고, 조사가 이뤄진다고 해도 보완 범위와 재시공을 문제 삼는 등 민원이 폭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주민들의 손해보상안을 두고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당정은 철근 누락이 발견된 LH 발주 아파트의 경우 입주자에게는 손해배상을, 입주 예정자에게는 계약해지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2017년 이후 착공 무량판 구조 LH 발주 아파트가 대상이다. 비교적 타겟이 명확하지만 세부규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소요된다. 하물며 민간의 경우 부실유형이 다양한 만큼 더 많은 소송과 협상을 감내해야 한다.
앞서 검단주차장 붕괴사고 사례를 보면 입주민 관련 보상안은 신속하게 발표됐지만, 붕괴 책임 소재를 두고 시행사와 시공사가 갈등을 빚었다. 해당 단지는 보상 차원에서 재시공이 결정됐지만, 그 비용을 시행사와 시공사가 어떻게 배분할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국토부는 이날 철근 누락이 발견된 경우 시공사에 보수 및 보강을 지시하고, 건설 과정에선 법령위반 행위가 적발된 설계·시공·감리업체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명확히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렵기 때문에 분쟁이 불가피하고 시간도 걸린다.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준공검사를 완료해야 하자담보책임이 발생하는 만큼 그 전에는 개별적으로 협의해서 결정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이 부분에서 정부가 관여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결국 민간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민간업체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공공과 같이 점검결과와 단지명을 공개 발표하기보단 해당 업체에 개별적으로 통보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도 했다.
일각에서는 부실시공 근절을 내세운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문제 아파트 적발과 카르텔 해소를 넘어 사회적 제도 개선과 합의가 이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실시공의 근본적인 배경으로는 비현실적인 공기와 불법재하도급 등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는 결국 원가 및 분양가 상승요인이 된다"면서 "이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 인천 검단 아파트 사고의 후속조치로 GS건설이 시공한 83개 현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발표하고, 건설이권 카르텔 혁파방안을 10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