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채 투자 해외 ETF, 해외증시 순매수 1·3·6위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미국 국채 장기물에 투자하는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들이 금리 급등에 줄줄이 연저점을 기록하고 있다. 해당 상품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은 평가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월 2일부터 최근까지 ETF 순매수액 규모는 약 12억7000만달러(1조6000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이달 4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20+ 이어 트레저리 불 3X 셰어스’(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ares) ETF다. 장기물 금리가 내려 채권 가격이 올라가면 그에 해당하는 차익의 3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서학개미가 해당 ETF를 순매수한 금액은 약 7억7000만달러다. 이어 미국 장기채에 커버드콜 전략(기초자산 매수와 해당 자산에 대한 콜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을 챙기는 전략)을 구사하는 ‘TLTW’ ETF는 순매수 3위, TMF의 정방향 1배 상품인 ‘TLT’ ETF는 6위에 올랐다. 서학개미는 TLTW ETF를 약 2억9000만달러, TLT ETF를 약 2억1000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서학개미들이 미국 장기채 ETF에 대량 투자한 것은 채권 금리 인하가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3배 레버리지 ETF를 1배 상품보다 더욱 선호한 이유는 금리가 내려갈 경우 원‧달러 환율이 하락해 발생할 수 있는 환손실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금리는 내리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 장기국채 금리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30년물 금리는 7월 말 4%대를 넘더니 지난 3일(현지시간)에는 4.3%대에서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장기물 중심으로 채권 금리가 상승한 이유는 미국 재무부가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3분기 국채 발행 계획에서 장기물 발행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발표하자 투자자들이 장기물 국채 매도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채권 금리가 연고점을 기록하자 TMF·TLTW·TLT 등 장기채 ETF들은 지난 3일 일제히 연저점을 기록했다. 특히 3배 레버리지 ETF인 TMF는 연초 대비 하락률이 20%를 넘었다. 미국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 긴축(QT)과 미국 재무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을 함께 놓고 본다면 더 높은 금리 없이는 시장이 그렇게 많은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며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곧 5.5%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