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침체리스크...미국 이어 국내증시 전이 가능성 커져
8월 40개국 증시 '마이너스'...신흥국 중심 위기론 확산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글로벌 사회에서 이른바 'G2' 로 불리우는 양대국의 리스크로 인해 글로벌 증시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당초 상저하고를 점치며 하반기 증시 반등을 내다봤던 전문가들도 최근 불거진 중국과 미국발 위기가 국내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원화 약세 압력이 높아지고 가계부채를 중심으로 한 신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소매판매, 산업생산, 고정자산투자 등 주요 경제 지표가 모두 시장 추정치를 밑돌며 중국 경제의 민낯을 드러냈다.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을 비롯한 부동산 개발업체의 ‘도미노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과 부동산신탁회사의 상품 상환 실패도 시장의 공포를 키우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1년 만기 중기 유동성 지원창구(MLF) 대출금리를 2.65%에서 2.50%로 2개월 만에 0.15%포인트 인하했지만, 리스크를 벗어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5%에 그쳤다. 시장 추정치(4.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로, 6월(3.1%)에 이어 두 달 연속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다.
7월 산업생산도 전년 동기 대비 3.7%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둔화세를 이어갔다. 고용도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날 당국은 7월 도시실업률(5.3%)을 발표하면서, 청년 실업률을 포함한 연령대별 실업률은 예외적으로 비공개했다.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은 6월 21.3%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대졸자가 취업 시장에 나온 7월 청년 실업률이 전달보다도 증가해 공개하지 않았다는 추측이 나온다.
1~7월 누적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의 부동산 부문 투자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디폴트 위기에 빠지면서 앞으로 고정자산투자가 더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7월 주요 경제지표 결과 소비·생산·투자의 ‘트리플 둔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침체 장기화에 따른 부동산 개발업체의 잇따른 채무불이행 사태가 고용시장 악화와 투자 부진 압력을 높이고, 수출 부진은 제조업 경기와 고정투자 부진을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국의 침체 리스크가 국내에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박 연구원은 “하반기 국내 경기의 반등 동력이 크게 약화될 공산이 높아지는 동시에 원화 가치 약세 압력도 높아질 것”이라면서 “국내 역시 가계부채를 중심으로 한 부채 리스크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의 침체 리스크가 국내 신용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도 “미국 정부와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과 중국 부동산 기업 부도리스크 등 신용리스크를 자극할만한 이슈가 발생함에 따라 국내 시장 또한 부정적 영향에서 자유롭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글로벌 증시는 여러 악재가 맞물리면서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인민은행은 경기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7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금리를 -0.1%p(1.9%→1.8%), 1년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1.5%p(2.65%→2.5%) 인하했다”며 “전일 중국 증시의 낙폭 회복에 기여한 것으로 보이나, 보다 강한 정책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또 미국 정부와 은행 신용등급 강등, 미국의 대중국 투자제한 조치, 중국 지표 부진 등 다양한 악재가 나타나면서 글로벌 증시의 분위기도 반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월 전세계 47개국 중 40개국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그동안 글로벌 증시의 상승 속도가 빨랐다는 점도 악재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8월 초 ACWI 지수의 3개월 수익률은 +9.4%에 달했는데, 대부분 사례에서 속도 조절이 나타났던 수준이다.
민 연구원은 “사우디 주도의 감산으로 인한 유가 상승은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과 국채금리 상승을 야기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달러 강세는 신흥국 자산에 대한 비중 축소로 연결되고 있다”고 있다.
주요 아시아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수급이 집중됐던 일본 증시에 대해서도 8월 순매도 전환했다. 7~8월 대만 증시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54억달러 규모에 달하는데, 경제와 산업 구조가 유사한 한국(-9억4000만달러)과도 차이가 있는 수준이다.
민 연구원은 “한국과 대만의 차별화는 이익 지표의 방향성이 크게 다르고, 최근 양안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는 점(대만 부총통의 미국 방문, 중국의 대만 봉쇄 훈련)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