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나쁜데 美 긴축지속…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기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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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나쁜데 美 긴축지속…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기준금리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08.2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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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까지 시간 소요…경기·가계부채 불확실성"
"연내 금리인하 시기상조"...경제성장률은 1.4% 유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한국은행이 5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택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향후 시장 흐름을 더 지켜본다는 판단이다. 시장에선 가계부채 증가와 경기 악화 부담이 상존하면서 한은 입장에서 금리 인상도, 인하도 어려웠을 거라는 관측이다. 

한은은 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1.4%를 유지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중국 리스크를 고려해 0.1%포인트 낮춰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한은은 24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기준금리는 지난 2월부터 4월, 5월, 7월, 이달까지 5회 연속 현 수준에서 유지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목표 수준으로 안정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주요국 통화정책과 경기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가계부채 흐름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현재의 긴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국내 물가는 지난 7월 2.3%까지 하락했으나 8월 이후 반등해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이 총재는 예상했다.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을 3.5%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날 금통위에서도 같은 전망을 내놨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4%로, 목표 수준(2%)까지 물가가 안정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도 커진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도 커졌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한은은 오는 25일(현지시간) 열리는 잭슨홀 회의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을 보고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필요할 경우 대응에 나서겠다는 판단이다. 가계부채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높아진 것도 경기의 불확실성을 높였다. 7월 말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1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원이 늘었다. 증가 폭은 2021년 9월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원/달러 환율은 1340원대를 재진입하며 환율의 변동성도 커졌다.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이 총재는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과 금리가 낮아질 것이란 생각을 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규제 문제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걱정스러운 것은 지난 10여년간 금리가 굉장히 낮았는데, 지금의 젊은 층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경험하지 못했다"며 "다시 또 낮은 금리로 갈 것이란 예상을 한다면 조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 총재는 "지금은 금리 인하보다 금리 인상을 논의하는 시기"라고 했다. 이 총재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은 최종 금리를 연 3.75%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아직 금리 인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통화정책 차원에서는 무조건적으로 어느 시기까지 어떻게 하겠다고 포워드 가이던스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경우 한국이 기준금리를 먼저 내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미국 통화정책과 한국 통화정책이 독립적일 수 없다고 했었는데, 기조에서 독립할 수 없다는 걸 시점이 먼저 되느냐 아니냐로 판단하는 건 안된다"며 "미국을 무조건 따라가는 건 아니지만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라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그는 "미국보다 (금리를) 먼저 내릴 수 있느냐는 타이밍적으로 정확히 말씀을 못 드린다"며 "미국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적으로 갈 경우에는 금통위원들과 상의해서 어떻게 미시적으로 조정할 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4%로 유지했다. 국내 경기의 상하방 요인을 동시에 고려한 결정이라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그는 "국내 펜트업 소비 약화, 중국 경제의 더딘 회복세, 미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 등 하방요인과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입, 미국 경제 연착륙 가능성 확대 등 상방요인을 함께 고려했다"며 "이같은 불확실성은 다음 통화정책방향 의결 때까지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1.4% 자체가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전 세계가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단기적으로 성장률이 낮아 금리나 재정으로 보완할 상황이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금리나 재정으로 (성장률) 0.1%p를 높이려 하면 구조조정을 방해하는 면도 있다. 국민 체감은 이해하나 우리만 경기가 나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내년 성장률은 중국 성장세 둔화 등을 반영해 기존 2.3%에서 2.2%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지금 중국 부동산 시장 변화와 부동산 개발업체의 파산 등 때문에 중국 경제, 외환시장과 주식가격 변동에 초점을 두고 있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중국 경제성장률은 7월 이전 예상한 것과 지금이 다르지 않다. 최근에 불확실 요인이 커졌고 침체 가능성이 커진 거지 올해 중국 성장률이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단 그러면서도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보면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이 어려워 보여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하향 조정했다"며 "10월에 중국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가 등을 보고 보다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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