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동결했지만, 대출금리는 들썩이고 있다. 최근 미국 국고채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은행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도 연고점 돌파가 임박했다. 이런 추세라면 곧 고정금리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7%대를 넘어설 거간 전망이 나온다.
27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2일 은행채(AAA·무보증) 5년물 금리는 4.421%를 기록했다. 이는 5개월 래 최고 수준이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된다.
은행들은 이르면 이달 중 은행채 금리가 4.5%대를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들어 은행채 금리가 4.5%대를 넘어선 것은 2월 28일(4.505%), 3월 2일(4.564%) 단 이틀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채 금리가 계속 오르진 않겠지만, 이달 중 4.5%를 터치할 것 같다”며 “다음 달 국채 시장이 안정화되면 다시 4% 초반대에서 횡보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같은 시장금리 상승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내림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 하단은 연 4.05%, 상단은 연 6.07%다. 이는 전월 대비 하단은 0.16%포인트, 상단은 0.10%포인트 각각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고정형 주담대 또한 하단은 연 4.21%에서 연 3.90%로, 상단은 연 6.17%에서 연 6.01%로 내려갔다. 이는 지난해부터 빠르게 오르던 기준금리가 5연속 동결되자 시장금리가 안정을 찾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전날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 국채 금리가 한국 시장 금리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의 금리는 지난 22일 장 중 한때 4.3659%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한국 국고채, 은행채에 영향을 준다.
실제로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지난 22일 장 중 4.013%까지 치솟았다. 통상 국채 금리 4%는 추가 상승 구간으로 진입할 수 있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통한다. 당분간 국고채를 기준으로 하는 은행채 금리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주담대 금리 상단이 곧 연 7%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금리 산정은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은행채 금리 인상이 바로 주담대 금리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조달 비용이 오르면 당연히 이를 대출 금리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