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 원인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지목하면서 은행권에서 주담대 문턱을 높이고 있다. 판매 중단에 이어 나이나 유주택자에 제한을 두는 조치를 도입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날부터 주택구입자금 주담대 대상자 조건을 기존 세대 합산 기준 ‘무주택, 1주택 또는 2주택 세대’에서 ‘무주택 세대’로 변경한다. 다만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는 변동 없이 기존 조건이 유지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주택구입자금 목적에 대해서만 대상이 일부 변경됐다”며 “실수요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내집 마련과 주거생활 안정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5일부터 50년 만기 주담대를 만 34세 이하로 제한한 바 있다. 45년 만기는 만 35세∼39세만, 40년 만기는 만 40세 이상으로 각각 제한을 걸었다.
카카오뱅크는 낮은 금리를 내세우며 주담대 잔액을 빠르게 키웠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해 말 13조2960억원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17조3220억원으로 4조260억원(30.3%) 늘었다.
카카오뱅크가 주담대 규제에 나선 것은 금융당국의 압박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국은 최근 50년 만기 주담대가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심사 체계를 가계부채의 주범이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는 전체 가계대출 시장에서 카카오뱅크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고 반박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 17일 은행연합회에서 ‘내부통제 및 가계대출관리 강화를 위한 은행장 간담회’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전체 시장에서 카카오뱅크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도 안 된다”며 “저희가 무슨 주범이냐”고 억울함을 표했다.
다른 은행들도 50년 만기 주담대에 각종 제약을 만들었다. BNK부산은행은 출시 일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나섰다. 케이뱅크는 아파트담보대출에 이어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를 검토했으나 주담대 논란이 불거지면서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오는 31일까지 접수분을 끝으로 9월부터는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50년 고정‧변동금리 혼합)’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BNK경남은행은 지난 28일부터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가입 나이에 제한을 두는 은행도 있다. 출시 때부터 신한은행은 만 34세 이하, 광주은행은 만 50세 이하로 나이 제한을 뒀다. Sh수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만 34세 이하 대출자에만 50년 만기 주담대를 내주고 있다. DGB대구은행도 만 34세 이하로 나이 제한을 두기로 했다. 다른 은행들도 50년 만기 주담대에 가입 연령 제한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지난 24일부터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취급 실태를 살펴보는 중이다. 금감원은 각 은행에 3명의 감사인원(은행감독국 2명·은행검사국 1명)을 파견해 대출규제 준수여부·담보가평가·소득심사 등 여신심사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은행의 가계대출 영업전략·관리체계·가계대출 관련 IT 시스템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