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중기‧소상공인 만기연장·상환유예 단계적만료
국내 4대 시중은행 부동산PF 위험 노출액 31兆 육박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대출금리가 천정부지 치솟으면서 연체율 지표가 심상치 않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해 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했던 금융지원 정책이 9월부터 단계적으로 만료된다. 연구기관에서는 부실채권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금융당국은 충분히 연착륙할 수 있다고 시장을 안심시켰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7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28%로 전달 대비 0.02%포인트(p) 뛰었다. 두 달 연속 오름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25일 기준 연 4.32~6.95%, 고정(혼합)형 금리는 연 3.90~6.30%를 기록했다. 한 달 전 변동형‧고정형 상단 금리가 모두 6%대를 간신히 넘겼던 데 비하면 짧은 시간에 7%에 근접했다.
한국은행이 이번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주담대 준거금리인 금융채 5년물(AAA) 금리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모두 오르고 있다. 설상가상 하반기에도 대출금리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미금리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지면서 환율 상승, 수출입 부진 등 연쇄적인 우려가 번지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금리 상승세가 끝물에 다다랐다는 관측이 무색해지면서 금융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국내은행의 연체율은 상승 추세를 보였다. 6월 말 기준 연체율은 0.35%로 일 년 새 0.15%포인트(p) 올랐다. 6월 중에만 발생한 신규연체는 2조원을 기록했다.
실제로 은행들은 글로벌 경기둔화·통화긴축 등으로 연체율 상승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연체·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6월은 분기 말로 연체채권을 정리하기 때문에 상·매각 규모는 전달 대비 1조8000억원 불어난 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4대 시중은행만 놓고 보더라도 올해 상반기 대손상각비는 1조697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1%(4940억원) 늘었다. 회수를 포기한 부실 대출을 손실로 인식해 비용 처리한 액수가 늘었다는 얘기다.
특히 9월 은행들의 건전성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코로나19 피해 경감을 위해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대출 만기연장 및 원금·이자 상환유예 했던 지원제도가 일부 종료되기 때문이다.
10월부터 상환유예한 차주는 대출을 갚아야 한다. 해당 차주는 총 1만1000명으로, 이들의 상환유예 잔액은 총 5조2000억원이다. 상환유예 차주는 상환계획을 구상해 최대 5년 동안 원금과 이자를 분할 상환할 수 있다. 유예된 이자는 최대 1년 간 거치할 수도 있다. 6월 말 기준 대상자 중 98.1%가 상환계획 수립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원금을 상환유예한 잔액은 4조1000억원, 이자를 상환유예 대출잔액은 1조1000억원이다. 원금은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잔액의 5.5% 비중을 차지하고, 이자는 1.5% 비중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충분히 연착륙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지원액 중 92%를 차지하는 만기 연장은 내년 9월까지 이용할 수 있고, 이자를 정상 납부 중이므로 문제 되지 않는다”며 “6% 규모인 원금 상환유예는 이자를 정상 납부 중이며 최대 60개월 분할 상환이 가능하다. 2% 규모인 이자 상환유예는 상대적으로 부실 우려가 있지만 금융권 전체 사업자 대출인 1천498조원의 0.09%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다행히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대상도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100여조원에 달했던 대출 잔액 규모는 올해 3월 말 85조원, 6월 말 76조원으로 점차 축소되고 있다. 지원 대상 차주 인원 역시 작년 9월 말 43만명에서 올해 3월 말 39만명, 6월 말 35만명으로 줄었다.
국내 시중은행들의 건전성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의 프랜시스 챈 애널리스트 등은 “한국 시중은행들의 실적에서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NPL) 관리가 증요하다”고 당부했다.
챈 애널리스트 등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악성부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고 4대 시중은행의 현황을 집계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31조원(전체 대출의 2%)을 기록했다. 규모는 KB국민은행 11조원, 신한은행 8조9000억원, 하나은행 7조7000억원, 우리은행 3조3000억원 순이었다.
챈 애널리스트는 “시중금리가 높고 거시경제적 위험성이 커지는 가운데 9월 말 상환 유예가 종료될 경우, 상대적으로 취약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하반기에 대출 연체율이 계속 올라갈 수 있다”며 “하반기에 추가금리 인상에 대한 압력이 완화되더라도 서울 외곽 집값의 상승 지연 등으로 인해 대출연체가 계속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챈 애널리스트는 “시중은행들이 자산건전성 악화를 견딜 수는 있을 것”이라고 봤다. 쿽 애널리스트도 “NPL 비율의 완만한 증가, 수년간 진행된 위험통제 강화 등을 근거로 올해 은행들의 대손예상액이 관리 가능한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