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동남권 거래처 적고 인력 이탈로 전문성 약화”
정부와 사측 "근거없는 주장"...부산行 밀어붙이기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절차가 본격화되면서 노사 간 갈등은 물론 정부와의 대치 상황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산은 노조측은 최근 연구 용역 보고서를 근거로 들며 부산 이전 강행시 추정 손실액이 7조원에 달할 거라고 주장한 반면 정부와 금융당국은 "근거가 불명확한 주장"이라며 이전 강행 의지를 재천명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산업은행 노조가 발표한 ‘산업은행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의 내용이 과장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산은 본점이 부산으로 이전해도 서울의 영업이 계속되는 만큼 노조가 우려를 표명한 정도로 이해한다고 전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오후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질문한 산은 노조가 한국재무학회에 의뢰해 내놓은 ‘산은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의 신뢰성에 대해 “예를 들어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해도 서울에서 필요한 것은 진행되는데도 마치 이전하는 순간 수도권 거래 고객 대상 영업이 중지되는 것을 가정했다”며 “균형성장을 계량화하기 어렵지만 노조에서 발주한 용역의 결과가 수치, 근거 등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용역결과에 대해 “노조가 우려를 표명한 것”이라며 “산은을 중심으로 노조와 대화하고 있지만, 워낙 입장 차이가 커서 마음을 터 놓은 진솔한 대화가 이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은행 본점이 부산으로 완전 이전해도 서울에 상당한 기능을 갖춘 영업점 존재한다”며 “인력도 상당수 잔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노조가 내놓은 '10년 간 약 7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취지의 용역은 아주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노조 보고서가 타당한 측면도 있지만, 타당하지 않은 엉터리인 측면이 있다”며 “노조가 터무니 없는 근거에 기초해서 국가경쟁력을 (낮춘다는) 엄청난 주장을 하는데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 시 오히려 동남권 경제 발전의 주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한 산은의 부산 이전은 지난해 정권 출범 직후 본격화되면서 산은 노조를 중심으로 부산 이전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산은 20·30대 직원들의 이탈이 잇따른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은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68명의 직원이 중도 퇴직했다. 이 중 20대 이하는 68명, 30대는 64명으로 전체의 78%를 차지했다. 산은의 부산 이전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이 20·30대 직원의 중도 퇴직 러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황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기업금융 지원을 위해 세워진 국책은행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노조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통하려는 노력 없이 부산 이전을 강행하고 있어 조직의 현재이자 미래인 젊은 직원의 '줄퇴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산은 노조는 지난 7월3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를 열고 부산으로 이전하면 향후 10년간 추정 손실액만 7조원 상당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국가 경제적으로도 15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고객 이탈과 새로운 거래에서의 배제, 인력 이탈로 인한 금융 전문성 약화 등이 손실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했다. 또 연간 2조6678억원 규모의 정책자금 집행 어려움으로 구조조정 기업이 제때 지원을 받지 못해 기업의 부도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른 손실도 약 22조원이라고 봤다.
외부기관을 통해 산은 협업기관과 거래처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전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 6월 산은 거래처 또는 협업기관 직원 9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산은 고객 및 협업기관의 83.8%도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 금융기관과 거래할 의향이 있다는 답변도 72.6%에 달했다.
산은의 업은행의 직원들의 산업은행 노조가 임직원 20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부산 이전 시 부산 이주 의향이 있는 직원은 6%에 그쳤고, 의향이 없다고 밝힌 직원이 94%였다.
김현준 산은 노조 위원장은 “산은은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네트워크 효과와 인적 자원이 가장 중요한데 금융중심지인 여의도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동시에 기관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사측의 컨설팅 결과를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느냐”면서 “노조는 부산 이전에 대해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