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수요 증가, 고금리 예금 만기 도래로 추가 자금조달 필요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은행채 발행이 늘면서 금리도 가파르게 올라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채를 준거금리로 삼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따라 올라가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1일 은행채(AAA·무보증) 5년물 금리는 연 4.44%를 기록했다. 이는 3월 9일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3월 20일 연 3.9%까지 조정을 받은 뒤 5월 말 다시 4%대를 돌파했다. 특히 지난달 미국 국고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은행채 5년물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1일 4.25%로 시작했고 같은 달 14일 4.35%, 22일 4.42%까지 올랐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긴축 기조를 변경하려면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에 2007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채 등 채권 금리도 같이 뛰어 고정형 대출금리의 준거금리인 금융채 5년물(AAA) 금리는 지난달 말 4.39% 수준까지 올랐다. 은행채 발행 규모도 8월부터 증가세를 보인다. 7월 18조6700억원이었던 은행채는 가계대출 급증에 고금리 예금 만기 도래 등이 겹치면서 8월 20조98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래 최대치다. 연합인포맥스 채권 발행 만기 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전일까지 은행채를 30조5100억원 발행했다. 이달 만기도래 규모 또한 20조원대로 지난달보다 증가하면서 은행채 발행 규모는 당분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채권파트장은 이날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은행채 발행 증가는 신용공급이라는 차원에서 금융시장, 크레딧 시장에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해왔지만 최근 들어 과열 양상”이라며 “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파트장은 “은행권에서는 대출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채발행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면서 “레고랜드사태를 전후해 조달한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조만간 도래함에 따라 기존 수신의 재유치 내지는 신규자금조달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은행채 금리가 오르며 조달 비용이 커지자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도 크게 올랐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05~7.03%로 집계됐다. 약 한 달 전(연 4.28~6.92%)보다 하단은 0.23%포인트 내렸으나 상단은 0.13%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의 변동금리 주담대도 상단이 7%를 넘어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채권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어려움이 계속되는 데다 부동산시장이 살아나면서 가계대출 수요가 늘었다”고 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