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두 인터넷은행에서만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이 약 7조8000억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2사의 주담대 잔액은 8월말 기준 23조3828억9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5조5927억8600만원에서 올해 들어서만 약 50%(7조7901억1100만원) 증가한 규모다.
이 기간 카카오뱅크 주담대 잔액은 전월세대출 포함 13조2953억7500만원에서 19조3173억5400만원으로 45.3%(6조219억7900만원) 불었다. 케이뱅크 주담대 잔액은 2조2974억1100만원에서 4조655억4300만원으로 약 77%(1조7681억3200만원) 급증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이 지난해 말 513조1416억원에서 8월 말 514조9997억원으로 1조8581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주담대 증가폭이 5대 시중은행 주담대 증가액의 4.2배에 달한다는 얘기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지난 5월18일부터 주택구입자금 주담대 조건을 기존 ▲세대합산 기준 무주택 또는 1주택 세대에서 ▲세대합산 기준 무주택, 1주택 또는 2주택 세대로 확대한 바 있다. 월별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1월 4398억2200만원에서 5월 1조6447억5600만원으로 3.74배 치솟았다. 6월에는 1조9740억3200만원으로 더 뛰었다.
7월과 8월에도 월평균 1조5000억원 넘게 몰리면서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 비대면 주담대가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주택구입자금 주담대 대상을 세대합산 기준 무주택 세대로 제한했다. 주담대 최장 만기는 연령별 34세 이하 50년, 35~39세 45년, 40세 이상 40년으로 변경했다.
인터넷은행 주담대는 시중은행 직원들도 받을 만큼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7월 취급 주담대 평균금리는 4.16%, 케이뱅크는 4.17%로 각각 집계됐다. 5대 시중은행은 하나 4.28%, 우리 4.34%, 농협 4.39%, 국민 4.51%, 신한 4.70%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나간 대출의 잔액기준으로 보면 카카오뱅크 4.07%, 케이뱅크 4.27%를 기록했다. 5대 은행은 우리 4.08%, 신한 4.20%, 하나 4.28%, 농협 4.45%, 국민 4.46% 순으로 올라갔다.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7월 신규취급 기준 카카오뱅크 3.74%, 케이뱅크 4.02%를 보였다. 5대 은행은 국민 3.82%, 하나 4.04%, 농협 4.24%, 우리 4.27%, 신한 4.50% 순이다.
잔액 기준은 카카오뱅크 4.38%, 케이뱅크 4.47%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은 국민 4.72%, 농협 5.03%, 우리 5.26%, 신한 5.30%, 하나 5.51%로 각각 집계됐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8월말 기준 514조9997억원, 전세대출은 122조4540억원 규모다.
이처럼 인터넷은행이 주담대를 크게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지난 7월 중 신규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각각 연 4.16%, 4.17%로 5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4.28∼4.70%)보다 낮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주담대 평균 금리는 지난 4~5월 3%대로 내려앉기도 했다.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으면서 시중은행 주담대를 받았던 기존 대출자들도 인터넷은행 주담대로 갈아타는 대환 수요도 몰렸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측은 최근 주담대 신규취급액 중 50∼60%가 대환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증가세를 모니터링하며 가계대출 현장 점검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인터넷은행이 공격적으로 주담대를 늘리는 과정에서 비대면 여신 심사가 소홀히 이뤄질 가능성을 눈여겨 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인터넷은행이 금융거래 이력 부족자(씬파일러)에게 자금을 공급한다는 정책적 목적이 있는데 지금과 같은 주담대 쏠림이 제도와 합치되는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있다"며 "이런 것도 점검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