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 인천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터진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전세사기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수원에서도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고소장이 130건 넘게 접수가 됐고 고소장에 적시된 피해액수만 180억여원이고, 소유한 51개 건물의 추산 피해 주택수는 671가구, 예상 피해액은 475억원 상당이라 알려져 있다.
특히 수원 전세사기의 주범인 정모 부부와 그 아들은 여러 개의 법인을 세워 대규모로 임대업을 벌였고 실제 공인중개사 사무실도 운영하면서 임대차 계약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원전세사기 사례가 끝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드러나지 않은 제2, 제3의 전세사기범이 존재할 것이다.
최근 전세시장은 회복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파트 이야기다. 전세가격 하락으로 대규모 깡통전세가 발생했고 전세사기로 전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전세시장은 여전히 찬바람이다. 불안 심리에 월세나 아파트 전세시장으로 임대수요가 이동하면서 빌라, 오피스텔 전세수요가 줄어들고 가격은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전국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집회를 열었다. 왜 비 오는 주말 안 그래도 삶이 고달픈 분들이 이렇게 비를 맞으면서 호소를 해야 할 만큼 전세사기문제는 해결은 고사하고 더 확산되고 있는 것일까.
피해자들은 6월부터 시행중인 전세사기특별법이 “암에 걸려 돈 받으러 갔는데 하나도 해당이 안 되고, 자잘한 약관을 들어 보험을 못 받는 것과 같다”과 말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전세사기특별법 주요 내용이 사기를 당한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우선 매수할 수 있거나 LH가 우선매수해서 임대로 거주할 수 있게 해주고, 저리대출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선 구제 후 회수’여서 정부나 국회의 생각과 거리가 멀다.
물론 다른 사기도 많은데 유독 전세사기만 구제해줄 경우 형평성, 예산, 피해 규모 산정 등 문제가 많아 쉽지 않은 것도 맞다. 정부가 그렇다면 적어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움직여줘야 한다. 특별법만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고 할 일 다 한 것처럼 생각하는 법 만능주의에 빠진 것 같다. 이럴 때는 국회 모두 일 안하기로 의견일치를 얼마나 잘 하는지 답답하다.
당사자들이 공감을 하지 못하고 도움도 되지 않는 법은 그냥 탁상행정이다.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부동산 계약을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메타버스 부동산 계약 체험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한다. 조금 도움은 되겠지만 작정하고 사기를 하는데 미리 체험한다고 사기를 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피해자들이 일정부분이라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 국회가 더 노력을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추가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믿고 계약만 하면 임대인의 세금체납, 보유주택 수, 선순위 권리, 전세가율을 모두 자동으로 검증해서 문제발견 시 계약을 막을 수 있는 전자자동계약서비스를 도입해 먹고 살기 힘들고 바쁜 국민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마음 편하게 계약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국민을 위한 진정한 행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