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비용 높은데 금리 상한은 제한…"대출 줄일수밖에"
저축은행·카드사·대부업 대출까지 사실상 '개점휴업'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한 2금융권이 대출 장사를 사실상 접고 있다. 시중 금리 상승으로 조달 금리 부담은 커지는데, 대출자에게 받을 수 있는 금리의 최고 상한이 제한돼 있어 이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2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의 올 상반기 민간 중금리 신용 대출 취급액은 3조343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6조1317억원)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민간 중금리 대출은 신용 점수 하위 50%인 중·저신용자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내주는 상품이다. 업권별로 금리 상한 요건이 있는데, 저축은행은 연 17.5%를 적용한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민간 중금리 대출에 대해선 일종의 인센티브를 준다. 금리 상한 요건을 충족하면 대출액의 150%를 영업 구역 내 대출로 인정하는 것이다. 저축은행은 영업 구역 내 대출 비율을 40~50% 이상 유지해야 하는데, 인센티브를 받으면 규제를 준수하기 쉬워진다.
저축은행이 이런 인센티브를 포기하면서 대출을 줄이는 것은 수익을 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조달비용이 늘어나는 반면 법정 최고금리(20%)는 정해져 있다 보니 역마진을 감수하면서 돈을 빌려줄 필요가 없기도 하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최근 수신 경쟁이 재점화되며 연 4%대로 올랐다. 이날 기준 1년 만기 저축은행 정기예금 79개의 최고 금리는 연 4.6%, 평균 금리는 연 4.23%였다. 수신 금리는 치솟는데 대출 금리 상한이 제한되어 있으니 연체나 대손 비용(못 받은 돈을 손실 처리하는 비용) 등까지 고려하면 ‘역마진’ 우려가 나온다.
올해 상반기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은 31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곳 감소했다. 민간 중금리 대출은 신용 하위 50% 개인 대출자를 위한 제도로, 업권별 금리상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저축은행업권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16.0%, 지난해 하반기 16.3%, 올해 상반기 17.5%, 올해 하반기 17.5%로 금리 상한이 올라갔지만, 여전히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민간 중금리 대출의 경우 대출 금리 상한이 17.5%로 제한돼 조달비용 상승분만큼 금리를 올릴 수 없어 대출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2금융권 전반적으로 적극적으로 돈을 빌려주기도 어렵거니와 빌려줄 경우 높아진 금리로 부실이 확대되는 '진퇴양난' 상황에 놓인 셈이다.
카드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롯데·현대·신한·삼성·비씨·KB국민·우리·하나카드)의 10월(9월 말 기준)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평균 금리는 17.51%로, 전달(17.46%) 대비 0.05%포인트(p) 상승했다.
채권 발행금리가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데 통상 3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카드론 금리 역시 향후 상승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 대출 금리가 전반적인 상승세를 나타내는 것도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 때문이다. 은행처럼 수신 기능이 없다 보니 카드사들은 카드채를 발행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 뒤 이를 소비자에게 빌려준다. 8대 카드사들의 조달금리(카드채 3년물 평균금리)는 8월 평균 4.42%에서 10월 4.65%로 두 달 새 0.23%p 상승했다.
비교적 저금리의 은행과 달리 카드사의 경우 대출금리가 높다 보니 고금리 시대 먼저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카드업계의 연체율 상승세는 심상치 않다.
지난 6월 말 기준 카드사의 연체율은 1.58%로 전년 말보다 0.38%포인트(p) 상승했다. 신용판매 연체율은 0.87%로 전년 말보다 0.22%p, 카드대출 연체율은 3.67%로 0.69%p 올랐다. 카드대출 연체율은 이미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제도권 내 마지막 대출 창구인 대부업도 대출 규모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나이스(NICE) 신용평가회사(CB) 기준 대부업체 69개사가 내준 신규대출 규모는 950억원으로 전년 동월(3천66억원) 대비 2116억원(69.02%) 감소했다.
대부금융협회 신용대출상품 금리비교를 보면 30개사 중 26개사가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로 신용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대부업권은 주로 캐피털이나 저축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한다. 역마진이 발생하자 대부업권은 신규대출을 중단하거나 취급 규모를 이전보다 줄였다.
'서민 급전 창구'인 대부업이 대출 규모를 줄이면서 금융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지자 아예 법정 최고금리를 높이거나 기준금리에 연동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최고금리를 올리면 어려운 분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의견도 있어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