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 '안갯속'… 韓 성장률 日 이어 美에도 밀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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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제 '안갯속'… 韓 성장률 日 이어 美에도 밀릴 우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10.2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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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내년 잠재성장률 미국 1.9%, 한국 1.7%
저성장 늪 韓경제...한은 총재도 "경기침체기 맞다"
OECD 국가 중에서도 저성장 기로에 선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내년에 더 추락할 거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OECD 국가 중에서도 저성장 기로에 선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내년에 더 추락할 거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현재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기 때문에 경기 침체기가 맞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3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나온 질문에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 1.4%는 잠재성장률보다 낮고, 1%대 성장이 특별한 경우 말고는 없었던 것 같은데 경기 침체에 돌입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한국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져들면서 경기침체가 현실화되고 있다. 경기불황 장기화, 저출산·고령화 등 각종 악재로 국내 잠재성장률이 올해 2%를 하회해, 내년엔 1.7%까지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 경제의 장기 저성장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최근 20년 한국 포함 주요국 연도별 국내총생산(GDP)갭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을 각 1.9%, 1.7%로 추정했다. 앞서 OECD는 국내 잠재성장률을 2013년(3.5%) 이후 2024년까지 12년간 계속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처음으로 2%를 밑돈 뒤 내년에는 1%대 중후반까지 내려앉는다고 내다본 바 있다. 주요 7개국(G7)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보면 △미국(1.8%) △캐나다(1.6%) △영국(1.2%) △프랑스(1.1%) △독일(0.8%) △이탈리아(0.8%) △일본(0.3%) 순이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내년의 경우 기존 예상치보다 미국(1.9%)이 0.1%포인트(p) 높아지고, 일본(0.2%)은 0.1%p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관측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나라 잠재성장률(1.7%)이 미국(1.9%)보다 낮아지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G7를 밑도는 것은 2001년(추정치 통계 기준) 이후 처음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의 기록을 보면 한국과 달리 대부분의 주요국들은 잠재성장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2020년 1.8→2024년 1.9%), 캐나다(1.1→1.6%), 이탈리아(0.3→0.8%), 영국(-1.3→1.2%)으로 잠재성장률이 올랐다. 이에 따라 한국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G7 국가들보다 잠재성장률 수치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4월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이 모두 2%를 웃도는 2.2%로 추정됐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실질GDP가 수년째 잠재GDP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OECD 보고서에서 한국의 GDP갭(격차)률은 2020년(-2.9%) 이후 2024년(-0.5%)까지 5년간 마이너스(-)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IMF 보고서에서는 2012년(-0.4%) 이후 2024년(-0.5%)까지 무려 13년간 한국의 GDP갭률이 마이너스에 머물 것으로 추정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본과 같은 장기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 일반적으로 중립금리도 낮아지는데 미국 등 주요국의 중립금리 흐름과 한국이 동떨어진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기조적 물가하락)이 없는 물가 안정 상태에서 자금의 공급과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말한다. 하락의 원인은 우선 가파른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가 꼽힌다.  인구(노동)와 함께 잠재성장률을 좌우하는 다른 요인으로는 자본 생산성이 있다. 저출산 문제를 단기간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투자가 늘어나고 생산성도 향상돼야 잠재성장률을 키울 수 있는데 한국 경제는 그렇지도 못하다는 게 문제다. 낮은 잠재성장률의 고착화는 자칫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전철을 밟는 수순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나홀로 통화 완화’ 등의 효과로 올해 경제 성장률이 반등세를 보였지만 잠재성장률 하락세는 막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5~2021년에 8년 연속 0.8%를 기록한 일본 잠재성장률은 올해 0.3%, 내년 0.2%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OECD 추산)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와 같은 잠재성장률 저하 상황이 지속하면 일본과 같은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다”라며 “반도체 이외에 빅데이터, 인공지능(AI)과 같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노력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성장에서 어떻게 탈출하는지는 다 알고 있다. 여성ㆍ해외 노동자 활용 등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하면 2% 이상으로 갈 수 있다”면서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문제다. 그 선택은 국민과 정치권에 달려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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