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단번에 흔들 수 있는 주제에는 부동산, 그리고 교육이 있다. 교육 문제 중에서도 특히 대학입시 문제는 전 국민의 관심사이고 사회적 파급력이 막강하다.
새로운 대입제도가 발표되면 사회 구성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오히려 학생들의 공부는 힘들어진다. 학부모들은 사교육비에 허리가 휜다.
1945년 이후 굵직한 입시제도 개편만 24회에 이른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볼 때 대입제도 개편의 순기능은 매우 제한적이다. 시작은 언제나 요란하지만, 과정은 혼란스럽고,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공정성을 중시하면 획일적인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하게 되고, 다양한 전형 요소를 도입하면 불공정 논란에 휩싸이기 십상이다. 절대평가를 하면 성적 부풀리기가 우려되고, 상대평가는 학교를 전쟁터로 만든다.
올해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선택과목을 없애 모든 수험생이 똑같은 문제지로 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이들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5학년도부터 내신 평가 체계는 5등급 상대평가로 한다.
새로운 수능과 내신 평가 제도가 실시 될 예정이지만, 새 제도가 고교 서열화, 대학 서열화, 공교육 정상화 등 교육 문제를 해결해 줄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이번 개편안만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24번의 개편을 통해서 전혀 해결되지 못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의 교육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명문 대학 인기 학과에 가기 위한 경쟁은 줄지 않고, 새 제도에 적응하느라 사교육비 지출은 더 늘어난다. 전국의 고교 수업이 교육 방송 수능교재 풀이로 진행되고, 학생부 부풀리기와 자기소개서 미화도 계속된다.
입시는 승자와 패자가 있는 '제로섬' 게임이다. 사회 양극화가 극심한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입시의 치열한 제로섬 게임이 계속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언제나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교육정책, 대학입시 개편안을 발표한다. 이것은 교육 개편이 아닌, 새로운 대학입시 개편안을 통한 경제 활성화 정책을 펼치는 것 같다.
새 대학입시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학원가는 입시 설명회, 교육 과정 대책 설명회 등으로 벌써 달아오르고 있다. 이것을 시작으로 사교육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학생들은 늦은 시간 편의점을 이용하며 소비를 활성화할 것이다. 학원 버스들은 더욱 늘어나 교통 운수업도 활성화될 것이다. 여기에 더욱 치열해진 경쟁으로 학생들의 병원 치료도 늘어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료업도 번성할 것이다.
대입제도 개편안은 교육 개혁에는 별 의미는 없지만,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백년대계를 준비하는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