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 부동산·현금 상속과는 달라
기업 생태계 및 일자리 유지 위한 것
기업 생태계 및 일자리 유지 위한 것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중소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업승계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가업승계는 ‘부의 대물림’이라는 사회적 인식의 벽에 부딪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8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가업승계란 가족경영을 기반으로 한 기업의 소유권 및 경영권을 상속 또는 증여를 통해 가족이나 친인척 등의 혈연에게 승계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의 장기 존속과 일자리 유지, 기업 간 거래 생태계 지속 등 승계 후 기업의 경영 안정과 영속성 도모에 방점을 둔다. 그럼에도 가업 승계에 대한 ‘찬반양론’은 심한 대립 구도를 이루고 있다. 장수기업의 경영 형태를 살펴보면 대부분 가족 기업에 해당한다. 10대 그룹, 상호출자제한대상 기업자산규모 10조 이상의 기업인 삼성, 현대, LG, SK 등이 그 예다. 장수 기업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신뢰다. 현 경영자와 후계자 간의 신뢰가 없이는 경영이 어렵다. 1세대의 기업 생존 확률은 70%에 달하지만, 2대와 3대를 거쳐 급격히 하락해 4대째에는 생존율이 4%에 불과하다. 두 번째는 혁신이다. 소비자의 니즈가 변화하고 산업 트렌드가 변하며, 기업이 변화하지 않으면 경영이 어려워진다. 마지막으로는 세금정책, 금융지원정책 등 정부의 장수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이다.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는 가업승계에 속도를 내야 할 이유다. 한국은 오는 2026년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으로, 2050년이 되면 65세 이상 국민 비중이 37.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OECD 국가 중 3위의 초고령 국가다. 기업의 노후화 역시 현재 진행 중이다. 한국에선 대표자가 60세 이상인 사업체 수가 4분의 1에 달하고, CEO가 70세 이상인 중소기업도 2만5000여개에 달한다. 이 비중은 해가 갈수록 급격하게 늘어나는 상황으로, 우리나라의 기업 승계가 시급하다는 논리를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가업승계는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가업승계가 사회적 선입견에 가로막혀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업승계는 부의 대물림이라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통상적으로 부동산이나 현금을 물려주는 단순한 상속과, 가업상속을 동일하게 취급하기 쉽다. 또한 연이어 발생하는 탈세 관련 이슈, 경영권 분쟁 역시 가업상속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선입견으로 인해 기업이 승계되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면 그만큼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이는 국가와 사회의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가는 결과를 낳는다. ESG 분야에도 가업승계는 중요한 화두다. 글로벌 ESG 항목 중 ‘지배구조’ 항목이 있는데, 해외의 경우 상속을 해도 대중들이 큰 문제 삼지 않는 반면, 국내 유난히 상속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큰 상황이다. 이에 사회적인 논의를 거쳐 가업상속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상속세 개편 논의에 대해 “부의 대물림에 대한 반감으로 벽에 부딪힌다”며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하는 작업부터 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가업승계를 통해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한 대표는 “증여세 과세 특례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사세를 확장하려 신사업을 추진할 경우 세금 부담만 커지기 때문에 신사업을 추진할 이유가 없어진다. 이는 사업 다각화를 어렵게 만들어 경쟁력이 약화되는 요인이 된다”며 “중소기업들이 가업승계에 실패해 명맥을 잇지 못 했을 경우의 폐해를 고려해서라도 가업 승계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