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6조 손실 가시화에 금감원, 뒷북 정보 공개
금소법상 보상 기준 불분명...제도 보완은 뒷짐
금소법상 보상 기준 불분명...제도 보완은 뒷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홍콩 H지수 ELS 피해 규모가 수조원대로 예상되면서 '불완전판매'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뜨거운 감자가 된 '불완전판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반복되는 양상에도 금융당국의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뒷북만 요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피해규모가 커질거로 예상되자 부랴부랴 은행·증권사를 상대로 불완전판매 여부와 관련해 전수 조사를 벌인 후 제도 보완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뒷북이라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홍콩 항셍 중국기업지수(HSCEI·홍콩 H지수)를 편입한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현황을 뒤늦게 공개했다. 손실 발생 구간(녹인·Knock-in)에 진입한 금액만 6조 2000억 원에 달하고 당장 내달부터 손실이 확정돼 피해자 발생이 예상되면서다. 내년 6월 말까지 만기를 맞는 H지수 ELS 규모는 5조 9000억 원에 이른다. 금융당국은 이제서야 투자자 손실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며 긴급 대처에 나섰다. 금감원이 22일 공개한 ‘3분기 증권회사 파생결합증권 발행·운용 현황’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녹인이 발생한 홍콩 H지수 ELS 잔액은 6조 2000억 원이다. 녹인이 발생한 전체 파생결합증권 잔액(6조 8000억 원)의 91.2%에 달한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금감원은 녹인이 발생한 전체 ELS 잔액만 공개했다. 개별 지수 ELS의 녹인 현황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 H지수 ELS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불완전 판매 가능성까지 지적되자 뒤늦게 세부 정보를 공개한 것이다. 당장 다음 달부터 투자자들의 손실이 확정될 상황이 닥치자 금감원이 마지 못해 홍콩 H지수 ELS의 실태를 공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정확한 정보 공개가 늦어져 투자자들은 전체 손실 규모도 제대로 추산하지 못하고 있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 H지수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 3000억 원이다. 이 중 은행권에 판매된 금액이 15조9000억 원(82.1%)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당시 금융위원회도 관련 분쟁에 대비해 구체적인 보상 지급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은행권의 불완전판매 사실이 발각된다 하더라도 결국 금융당국을 향한 책임론으로 번질 공산이 큰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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