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승계 준비에 들어갈 것…나만의 계획 있다"
사촌경영 VS 장녀 승계…지난해 승계 관련 인사 이뤄져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SK그룹 승계 과정이 복잡해진 최태원 SK㈜ 회장이 어떤 식으로 승계 과정을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현재 최 회장의 자녀들이 아직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승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승계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사고를 당하면 회사를 이끌 인물이 있어야 한다. 이에 승계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고 있고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며 "승계에 대한 나만의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 공개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의 승계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녀가 아직 어린 데다 이혼소송 등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경우 세 자녀가 SK 계열사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아직 20~30대 나이로 어리다. 더불어 세 자녀들은 아직 SK지분이 하나도 없는 상황으로 주식을 넘겨받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주사격인 SK㈜의 최 회장 지분율도 17.50% 수준이다 보니 상속세율 등을 고려하면 지분 세습 방식이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과 재산 분할 문제에 따른 변수 발생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최 회장은 승계를 위해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 승계 계획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사가 이뤄져 이목이 쏠렸다.
지난해 인사에서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부회장)가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끄는 수장 자리에 오르면서 사촌 경영 가능성이 열렸다. 최창원 부회장은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막내아들(3남)로 최 회장과는 사촌 관계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 경영의 공식적인 최고 협의기구이자 사실상의 '컨트롤타워'다. 그룹의 경영 관련 의사결정 전반과 계열사 지원 등을 맡고 있다. 협의회의 수장인 '의장'은 사실상 SK그룹의 2인자로 여겨진다. 최 회장의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협의회 멤버가 아닌 최 회장과 지근거리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그의 철학과 주문을 그룹 경영에 반영한다.
아울러 최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팀장이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최근 4년 내 임원 승진 규모가 가장 적었던 만큼 최윤정 본부장의 발탁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
최 본부장은 2017년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 전략팀에 선임 매니저로 입사해 2019년 휴직 후 2021년 7월 복직해 지난 1월 글로벌투자본부 전략투자팀 팀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