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알루미늄 역사서 바라본 신약 개발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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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알루미늄 역사서 바라본 신약 개발의 가치
  • 이용 기자
  • 승인 2024.02.2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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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마블 유니버스에 비브라늄이 있고, 반지의 제왕에는 미스릴이 있다면, 오늘날 우리 인류에겐 기적의 금속 ‘알루미늄’이 있다.

알루미늄은 다른 금속에 비해 가벼운 편이며, 가공이 쉽고 재활용률이 매우 높은 특성을 가졌다. 덕분에 각종 교통수단 및 통신 시설부터 보건의료·식품 산업에 활용되면서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 현재 알루미늄으로 된 제품을 접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산, 후라이팬, 호일, 스마트폰 등 일상용품부터 파이프, 볼트, 레일 등 각종 산업군에서 다양하게 사용된다.
지금은 웬만한 가정집 주방 서랍 속에 여러 가지 형태로 들어있는 흔한 소재지만, 19세기까지만 해도 알루미늄은 금보다 비싼 ‘귀하신 몸’이었다. 광석에 섞인 알루미늄을 분리하는 비용이 엄청나게 비쌌기 때문인데, 19세기 말 킬로그램(kg)당 가격은 현재 화폐가치로 2500달러 수준이었다. 2021년 톤(t)당 가격이 약 2500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혀를 내두를 가격이다. 따라서 당시의 알루미늄은 고작 부자들의 사치품으로 활용될 뿐이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는 왕관부터 포크와 나이프까지 알루미늄으로 만들고, 손님들에게 과시하는 용도로 사용했을 정도다. 알루미늄의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한 건 1886년 화학자 찰스 마틴 홀과 폴 루이투생 에루가 획기적인 전기분해 제련법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제련법이 보편화 된 1910년대부턴 알루미늄의 가격과 위상은 지금의 호일 수준으로 추락했다. 그 덕에 수많은 산업군이 알루미늄 덕에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신약 개발은 알루미늄 보급과 맞먹는 값어치를 지녔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인간의 삶의 질은 ‘오래 사는 것’보단 ‘건강하게 사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런 시대엔 효능이 높고 저렴한 약이 의료시장에 얼마나 많이 풀렸는지가 관건이다. 처음 신약을 만들 때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막대한 시간이 든다. 어렵게 개발을 마치면 그 노력을 인정받아 한동안 약가가 보장되기에 매우 비싼 값으로 처방된다. 그리고 특허가 만료되면 전 세계 제약사의 제조 시설을 통해 본격적으로 보급된다. 과거 동상 장식에나 쓰였던 알루미늄이 산업 역군이 된 것처럼, 소수 부자들만 이용할 수 있던 값비싼 신약이 동네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돼 수많은 인명을 구하는 것이다. 특정 국가의 기업이 몇 개의 신약을 보유했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특히 한국은 약가 대부분을 건보에서 책임지는 만큼, 등재된 외국 약품 소비가 많아질수록 혈세가 외국으로 빠져 나간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신약 개발엔 간혹 실패도 따른다. 이때 일부 대중은 제약사의 실패를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도한 비난은 제약사의 개발 의지를 꺾고, 수익이 보장된 제네릭 사업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물론 신약 개발도 엄연히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한 영리사업이다. 다만 그 이면에는 인류의 보건의료 질 향상을 위해 연구하는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담겼다. 화학자 찰스 마틴 홀과 폴 루이투생 에루의 이름이 역사 속에 남은 것처럼, 국내 제약사의 업적이 의료 역사 한가운데 당당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응원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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