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가자지구에서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과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이 교착 상태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을 강행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교체까지 거론했던 미국은 다시 이스라엘 달래기에 나섰다.
19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스라엘 협상단을 이끈 다비드 바르니아 모사드 국장은 귀국해 네타냐후 총리에 협상 내용을 브리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전시내각 고위관계자는 "협상 타결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있었다"며 "하마스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가 정말로 협상 타결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시간만 끄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했다.
앞서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가자 철군과 영구 휴전을 인질 교환 조건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이를 일축하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로 빠졌고,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 등은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을 기점으로 양국 간 협상 타결을 위해 경주하고 있다.
마제드 알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아직 가자 휴전 합의에 근접하지 못했다"면서도 "그러나 조심스럽게나마 협상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이견 조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스라엘군이 라파에 군사작전을 강행하면 "그동안 본적 없는 엄청난 파괴와 잔혹 행위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라파는 100만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이 도피한 가자의 '마지막 보루'다. 이스라엘이 협상 불발을 이유로 전면 공격을 시행한다면 대규모 참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스라엘 대표단을 자국에 초대해 라파 공격 방지를 위한 설득에 나설 방침이다. 이날 미국 국방부 당국자에 따르면 로이스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의 미국 방문을 요청했으며, 이에 다음 주 미국 국방부에서 오스틴 장관과 갈란트 장관의 양자 국방 회담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가자 전쟁이 발발한 이후 갈란트 장관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회담에서는 라파 주민 보호,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석방 문제,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스라엘 달래기에 나섰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네타냐후 총리와 약 한 달여 만에 전화 통화를 갖고 라파 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이 최근 네타냐후 총리의 교체 필요성을 주장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라파 침공을 '레드 라인'이라고 경고한 상태에서도 이스라엘이 라파 공격 의사를 철회하지 않자 누그러진 입장으로 접근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 "입지를 흔들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네타냐후 교체론을 일축하고, 여러 협상안들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