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100…걸면 걸리는 ‘공직선거법’ 주의보, 무리한 기소로 ‘무죄판결’ 급증
[매일일보] 올해 6월 4일 치러지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걸면 걸리는’ 공직선거법을 위반하는 실수를 저질러 물적·정신적 손해를 보는 경우를 피하기 위한 개개인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에 댓글 몇 개만 썼는데도 선거사범으로 적발돼 재판을 받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는데,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무죄’ 판결 비율도 늘어나기는 했지만 수사와 재판을 받기 위해 경찰서와 검찰청, 법원을 오가야 하는 불편은 하소연할 곳도 없는 현실이다.
24일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처럼 전국단위 선거가 치러진 해와 재·보궐 선거만 있던 해의 연간 ‘선거사범’ 수 차이가 최대 12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에는 아무 문제 없던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비판적 의견 개진 행위가 선거기간에는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17대 대선 직후이면서 18대 총선이 치러지기도 한 2008년에는 무려 2689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반면 상하반기 두 차례 재·보궐 선거만 있었던 이듬해에는 220명으로 뚝 떨어져 한 해 만에 12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선거사범 수는 지방선거가 치러진 2010년에 다시 2481명으로 늘었다가 2011년 223명으로 줄었다.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이 있었던 2012년에는 1567명, 작년에는 458명 등으로 나타나는 등 비슷한 경향이 반복됐다.법원의 유·무죄 판단은 연도별 차이가 비교적 작았지만 지난해의 경우 무죄율이 급증해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구체적 수치를 보면 지난 6년 동안 1심 기준으로 연평균 3.7%가 실형, 11.7%가 집행유예를 각각 받았고 벌금형이 73.3%로 가장 많았는데 2013년의 경우 582건 중 45건(7.7%)에서 무죄가 선고돼 무죄율이 연평균치 4.0%의 두 배 가까이로 높았고 형의 선고가 유예된 사건도 33건(5.7%)으로 평균치 3.8%를 크게 웃돌았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중국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박모(44)씨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한 후보를 비방했다가 기소됐다. 중국 현지에서 불과 10차례 댓글을 쓴 초범이었으나 서울중앙지법은 박씨에게 “죄질이 무겁다”며 최근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아파트 상가 경비원 성모(68)씨도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야권 후보의 사생활과 관련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상당수의 선거사범들은 스스로 허위사실을 창조·가공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파성이 높은 매체를 통해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았다. 선거사범의 ‘문턱’이 이렇게 현저히 낮아진 이유는 우리 선거제도가 선거운동 금지범위를 상당히 넓게 잡고 있는 것에서 기인한다.공직선거법 250조의 ‘허위사실 공표죄’는 그렇다 치더라도, 251조 ‘후보자 비방죄’의 경우, 명백한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그러한 전파 행위가 특정 후보를 당선 혹은 낙선시키기 위한 ‘목적’이나 ‘의도’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는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문제로 보인다.특히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에는 주로 불법 선거운동 인쇄물을 배포하거나 공공장소에서 대중을 향해 발언하는 것이 선거사범으로 규정되는 기준이었던 반면 지금은 자신의 블로그나 SNS를 통해 관련 내용을 올려두기만 해도 전파성이 인정되는 것이 선거사범을 늘린 셈이다.
이와 관련 선거 사건을 전담한 경험이 있는 한 부장판사는 “지난 1~2년 사이 인터넷 관련 선거법 위반 사례가 많이 늘었다”며 “말쑥한 차림의 사람들이 SNS 몇 번 잘못 했다가 빈번하게 피고인석에 선다”고 법원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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