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수사의 준칙과 정치의 준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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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수사의 준칙과 정치의 준칙
  • 김종형 변호사(전 대구지검 부장검사)
  • 승인 2024.03.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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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형 변호사(전 대구지검 부장검사)
김종형 변호사(전 대구지검 부장검사)

매일일보 경청이다. 듣고 또 들어야 한다

수사와 정치의 최우선 준칙은 경청이다. 경청이 없는 수사는 일방적인 수사로 흘러 피의자와 그 가족의 삶을 훼손할 우려가 있고 사회의 정의를 망가뜨리게 된다. 경청이 없는 정치는 정책의 실패로 귀결되어 국민과 국가의 발전에 막대한 장애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수사의 목적은 진실을 발견함에 있다. 피해자의 억울함을 밝혀 주고 사회의 정의를 실현함을 목적으로 한다. 정의의 실현은 공동체를 유지되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진실이라는 공유된 가치가 우리 사회에서 부정당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수사에서는 당사자들의 진술이 상반된다. 일방은 진실에 부합하게 말하지만 일방은 거짓말을 하거나 과장되게 진술을 하기 때문이다. 그 진실은 어떻게 해야 가장 합리적으로 밝힐 수 있을까. 그 방법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당사자의 진술을 경청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당사자의 진술을 잘 듣고 상식과 경험에 부합하는지, 객관적인 사정에 부합하는지를 일일이 확인해 하는 과정을 거쳐서 진실을 발견해 가는 것이다. 그것이 수사인 것이다. 특히 억울함을 강하게 호소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경청하고 살펴야 한다. 정치는 공동체의 발전과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 정치는 구성원 내지 단체의 입장이나 현실에 대한 경청을 통해서만 합당한 정책으로 구현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무시하거나 묵살하는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가 없다.
작금의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서 정부는 대한민국의 의료 전문가들인 모든 대학의 교수들, 전임의 및 전공의 등 13만에 이르는 의료인들의 소리를 전혀 듣지 않고, 오히려 이를 묵살하거나 왜곡하고 있다. 의료현실과 의료정책의 장, 단점에 대한 13만에 이르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는 것이다. 13만에 이르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일개 몇몇 정책 담당자들이 무시하는 것이다. 정치의 최우선 준칙이 경청임에도 그리고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존중받는 것임에도 정부는 이를 무시하는 것이다. 정부는 의대증원 정책의 모순점, 비합리성, 의료 교육의 현실성,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익 부합성, 정책의 졸속성 등에 대한 비판의 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협의체를 구성하여 의사 단체에서 제시하는 합당한 증원의 규모 및 근거 등,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소리를 경청하고, 정부측에서 제시하는 의대 증원의 근거 및 논리 등에 대해서도 충분한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서 의대 증원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이고, 그러한 권한과 의무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경청의 정치에 대해서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것이다. 공론화를 하지 못한다면, 못할 이유가 있다면 이는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폐기되어 마땅하다. 정책은 옳고 그름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누가 이기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공론화된 장에서 경청과 반박하는 과정을 거쳐서 합당한 정책이 도출되고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옳다는 생각은 너무나 위험하다. 정부의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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