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태블릿PC 형태로 테이블마다 설치된 테이블오더 또는 입구 한쪽에 자리잡은 키오스크이다. 이들 무인주문기기는 메뉴판이자 주문을 받는 서버의 역할을 한다.
퇴근길에 주유소에서 주유구를 꽂다 생각해보니 직접 주유를 하는 경우가 늘었다. 국내 셀프주유소가 늘어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해 전체 주유소는 2022년보다 139곳 감소했지만, 셀프주유소는 2022년의 5246개보다 437개 증가했다. 밤중에 야식이 생각나 집앞 편의점에 들렀다. 아침 출근길에는 자리를 지키던 상주직원이 없다. 야간에만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매장’인 것. GS25의 하이브리드 매장은 2019년 9개에서 작년 734개로 급증했고, CU도 하이브리드 매장이 400여 개에 달한다. 곳곳의 소상공인 사업장에서 직접 포스기에 카드를 꽂고 계산을 하면서 떠나지 않던 생각이 부지불식간에 입밖으로 나왔다. “그 많던 종업원은 다 어디로 갔을까” 무인주문기기의 급속한 확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최저임금의 상승이다. 최저임금 상승과 함께 주휴수당 등 인건비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감당할 수 없는 업장은 최소 인원으로 운영이 가능한 형태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국내 소상공인 사업장 종사자수는 1000만여명으로 고용주와 무급가족 등 672만여명을 제외하면 370만명 가량이 근로 중일 것으로 추정된다. 각종 경제지표는 악화일로에, 금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소비심리가 꽉 막히면서 매출이 하락해 한계 상황에 놓인 소상공인에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은 가격 인상으로, 가격인상은 매출 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그에 따른 비용 감축 노력은 필연적으로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이렇게 가게의 풍경이 바뀌면서 국내 테이블오더 시장 점유율 1위를 점하고 있는 모 기업은, 최근 국내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얼어 있는 와중에도 시리즈 B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한 것을 넘어, 후속투자자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식당에서, 주유소에서, 편의점에서 사라진 그 종업원들은 과연 IT 산업으로 전환에 성공했을까. 지난달 말 노동부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며, 2025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절차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주요 관심사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원이 넘을 것인가와 업종별 구분적용이 시행될 것인가로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계화와 자동화, 인공지능의 발달 등으로 저숙련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그 필연적인 상황을, 저숙련 노동자가 환영받고 일할 수 있는 소상공인 일자리를 없애는 일을,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굳이 앞당길 필요가 있을까? 최저임금이 지금처럼 인상일로를 걷는다면, 우리 모두 자동 계산기에 카드를 꼽다가 주위를 둘러보며 함께 되뇌일지 모른다. “그 많던 종업원은 다 어디로 갔을까”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