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제조업에 눈길 돌린 美·EU…K-기업, 글로벌서 새 기회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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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제조업에 눈길 돌린 美·EU…K-기업, 글로벌서 새 기회 찾는다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4.04.0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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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외면하고 금융업·서비스업 치중한 美·EU, 韓제조업 주목
러-우크라 전쟁에 EU 재래식 무기 부족…K-방산, 유럽 방산 수출
K-조선, 美中갈등 확대는 기회…K-배터리, 美IRA 속 북미 공략 가속
국내 기업들이 제조업을 앞세워 해외 시장에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국내 기업들이 제조업을 앞세워 해외 시장에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역량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산, 조선, 배터리 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의 재래식 무기 생산능력이 전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이 당초 예상과 달리 재래식 무기의 물량대결 장기화로 흐르고 있다. 탱크, 폭탄, 자주포, 로켓 등 재래식 무기의 중요성이 재조명되면서 국산 방산업체에 새로운 사업기회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의 제조업 기반은 취약한 상태다. 오랜 시간 제조업보다는 금융업, 서비스업 등에 집중한 탓이다. 영업이익률이 낮은 제조업은 등한시한 결과다. 실제 EU는 이달 말까지 우크라이나에 탄약 100만발을 제공하기로 약속했으나, 재고 부족으로 절반 수준밖에 전달하지 못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10년간의 방산 목표·전략을 담은 ‘유럽 방위산업 전략’(EDIS)에서 “유럽 땅에서 고강도 재래식 전쟁이 다시 시작되는 상황에서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방산기업들은 유럽에 다량의 무기를 수출한 상태다. 폴란드와 잔여 계약 방산 물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308문, 현대로템 K-2 전차 820대, KAI FA-50PL 36대 등에 이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 정부와의 1조원 규모 K9 자주포 수출 계약도 논의 중이다. 제조업 기반이 부실한 사정은 유럽뿐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다. 대표적 분야가 조선업이다. 미국 조선업은 사실상 상선 건조를 중단하고 군함에만 집중했다. 미국은 상선 건조를 꾸준히 줄여 현재 전 세계 생산량의 1% 미만이다. 순위는 세계 19위다. 반면 미국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은 상선 생산량 1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조선업체들에 대한 불공정 관행 조사를 시사한 이유다. 이러한 글로벌 지정학 환경은 국내 조선업에 새로운 사업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상선 생산국 중국의 유일한 경쟁국이 한국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내 조선 업계는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수주에 집중해 올 1분기 중국을 제치고 수주액 1위를 탈환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1∼3월 한국의 선박 수주액이 136억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4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수주액은 126억달러였다. 국내 조선업계가 분기 기준으로 세계 수주 1위를 차지한 것은 2021년 4분기 이후 3년 만이다. 실제 국내 조선사들은 1분기에만 연간 수주 목표치의 상당 부분을 채우는데 성공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총 87억5000만달러 수주량을 채웠다. 연간 목표(135억달러)의 64.8%에 달하는 수준이다. 삼성중공업도 총 18척 38억달러를 수주해 올해 수주목표 97억 달러의 39%를 달성했다. 구체적으로 LNG운반선 15척,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2척, 셔틀탱커 1척 등이다. 한화오션도 올해 들어 현재까지 LNG 운반선 12척,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 암모니아 운반선 2척을 계약해 32억7000만달러 상당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역량을 앞세워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중국의 대표주자 CATL, BYD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힘입어 배터리 3사는 북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신규 원통형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 공장을 본격 착공했다. 투자금 총 7조2000억원이 투입되는 이 공장은 향후 전 세계 시장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되는 북미 지역에 건설되는 LG엔솔의 두 번째 단독 공장이다. 원통형, ESS의 ‘첫 전용 생산 공장’이기도 하다. 삼성SDI도 최근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첫 단독 공장 건설을 검토한다고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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