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달러선물에 2배 정방향으로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이 시쳇말로 ‘핫’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지고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미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증권가는 이같이 달러의 상방 압력이 지속되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SEF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 올해 들어 25일까지 수익률 16.25% 기록 중이다. ‘KOSEF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는 미국달러선물지수 일간 수익률을 정방향으로 2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이 기간 기관투자자들이 73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은 52억원 순매도했다.
역시 달러선물을 양의 방향으로 2배 수익률을 추구하는 ‘TIGER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도 16.11%, 16.05% 각각 상승했다.
이같이 달러 가치가 오르는 이유는 치솟는 물가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조기에 금리를 내릴 수 없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시사하고 있어서다.
파월 의장은 최근 워싱턴D.C에서 열린 워싱턴포럼에 참석해 “최근 경기지표는 우리에게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를 향해 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더해 주지 못했다”며 “오히려 그런 자신감을 갖는 데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그는 “제약적인 통화정책은 더 오래 용인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며 “인플레이션이 더 높게 지속돼도 우리의 정책은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스라엘-이란의 중동 분쟁의 확산 위험이 커진 것도 한몫했다. 통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에 대한 수요가 몰린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24일(미국 현지시간) 105.53으로 장 중 106선을 웃돌기도 했다. 16일(현지시간)에는 장중 106.514까지 올라 작년 11월 초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불안 고조에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며 “당분간 유가 향방이 환율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단은 확인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란과 이스라엘이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 부담이 완화되며 하락 전환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달러 선물 정방향 ETF는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지만 역방향 ETF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달러선물 일간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2배 추종하는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는 올해 들어 25일까지 -13.14% 손실을 내고 있다. 역시 달러선물을 역으로 2배 따른 ‘TIGER미국달러선물인버스2X’도 -12.93% 내렸다.
한편 달러가 오르는 가운데 금 값도 함께 오르고 있어 시장은 그 해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RX금거래소에서 올해 8만6940원에 시작했던 1kg 금 현물 1g당 가격은 25일 10만3700원까지 올라 왔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일(미 현지시간)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2377.09달러로 올해 들어 누적 상승률은 15%에 달했다.
홍성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 가격 상승은 기존 요인들로 설명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며 “금 가격 결정 요인인 달러화, 미국 국채금리와 기대인플레이션이 반영되는 실질금리 중 어떤 것도 금 가격 급등과 연관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