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반도체·전기차 이어 방산까지…K-산업, 해외 권역별 공략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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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반도체·전기차 이어 방산까지…K-산업, 해외 권역별 공략 난항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4.05.0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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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칩스법·IRA로 K-반도체·전기차·배터리 현지 투자 확대 불가피
공급망 탈중국도 숙제…美재무부 흑연 유예 결정에 K-배터리 안도
EU, 역내 무기 구입 비중 혹대 추진…K-방산, 해외 수출 공략 제동
지난 2월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렸던 ’World Defense Show 2024' 전시회의 한화 부스 전경.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지난 2월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렸던 ’World Defense Show 2024' 전시회의 한화 부스 전경.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전 세계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국내 산업계가 해외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국 중심의 산업 생태계 및 공급망 강화가 주요 경제 권역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전기차·배터리에 이어 방산까지 확장되면서 보호주의 산업 분야도 넓어지는 추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자동차·배터리·철강·방산 기업들이 글로벌 보호주의 무역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현지 반도체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반도체 투자 규모를 기존의 170억달러(약 23조5000억원)에서 450억달러(약 62조3000억원)로 확대했다. 삼성전자의 첫 번째 텍사스 테일러 공장은 2026년부터 4나노미터 및 2나노미터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5조원 규모의 인공지능(AI)향 반도체인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기지 투자를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고, 퍼듀대학교 등 현지 연구기관과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에 협력에 나선다. 미국 투자는 국내 반도체 업계뿐만이 아니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도 미국 현지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10월 가동을 목표로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을 짓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는 LG엔솔과 SK온과 각각 미국에 합작공장도 짓고 있다. LG엔솔,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도 미국에 합작 및 단독 공장 건설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제조 부문에서 보조금과 규제를 적절히 섞어가며 자국 현지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 공급망 강화에 기여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면 중국 공급망과 관련될 경우 제재를 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의 제조굴기를 견제하고 미국 중심의 제조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 공급망과 깊게 관련 있고, 전체 물량 중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보조금 정책도 미국 현지 생산 우대와 중국 제재가 핵심이다. 전기차 보조금의 경우 북미 현지생산 조건이 달려있어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공장 조기 가동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IRA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 중국 광물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미국 재무부가 “(전기차용) 흑연을 원산지 추적이 불가능한 소재로 지정한다”면서 중국산 흑연은 당분간 미국 제재 광물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에서 흑연을 조달해도 2026년까지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국내 방산업계도 해외 수출 시장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내 방산기업의 수출 기회로 떠오른 유럽 시장에서 역내 무기 생산 비중 확대를 추진하면서다.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역내 방위사업 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10년간의 방산 목표·전략을 담은 ‘유럽 방위산업 전략’(EDIS)에서 “유럽 땅에서 고강도 재래식 전쟁이 다시 시작되는 상황에서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약 20%인 EU 역내 무기 구입 비중을 2035년까지 60%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유럽의 자주국방을 위해 유럽산 군 장비를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며 “우리는 미국산 무기와 한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것으로 대응해왔다”고 밝혔다. 실제 영국,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이 우리나라 대신 독일 무기를 구매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달 24일 차기 자주포 도입 사업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대신 독일 KMW사의 차륜형 자주포 ‘RCH-155’를 선택했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차기 전차 사업에서 현대로템 K2 흑표 전차 대신 독일의 ‘레오파르트 2A7’ 전차를 구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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