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탁 기자]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왔다. 이번에는 미국을 끼워서 ‘3자 정상회담’을 하자는 것인데 역사인식이라는 근본적 문제에 대한 해소 없이 어쨌든 정상회담을 하기는 했다는 겉치레를 하려는 모습에 쓴 뒷맛을 지울 수 없다.아베 총리는 그동안 우리 정부를 향해 ‘정식 회담이 어려우면 다자정상회의 석상에서 선채로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약식회담이라도 하자’는 제안을 여러 채널로 전달하는 등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희망을 수차례 밝혀왔다.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국과 미국, 일본이 24∼25일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3자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에 대해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며 “한국 측은 3자 정상회담을 수용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보도했다.닛케이는 이 기사에서 “한국 정부 내에서는 ‘역사 문제의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회담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강해 최종적으로 거부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면서 “현재 미국과 일본 정부가 막바지 설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신문은 이번에 3자회담을 개최하려는 것에 대해 북한 문제와 관련한 공조를 확인하는 기회로 삼는 동시에 여태 서로 정식 회담을 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대면하는 기회로 만드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양자간 정상회담을 가로막는 최대 이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이날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사이키 아키타카 외무성 사무차관이 최근 서울에서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국장급 협의에 응할 의향을 새로 전달했다”고 보도했다.요미우리는 복수의 한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국장급 협의는 작년부터 한국 측이 요구해온 것으로, 일본 측은 국장급 협의 개시 카드를 제시함으로써 한미일 정상회담 실현의 실마리로 삼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정부 당국자를 만난 자리나 BBC 등 주요 외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본정부의 위안부 피해자 외면 행동에 대해 비판하면서 분명한 사과와 반성에 따른 행동이 없이는 정상회담을 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다시 말해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가 그토록 갈구하는 한일 정상회담을 하는 방법은 위안부 문제 등 한일간 역사문제에 대해 올바른 태도를 되찾고 그에 걸맞는 행동과 발언을 하면 된다는 이야기이다.한편 일본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을 하려고 애쓰는 시늉이라도 하는 이유는 미국 정부가 한일 관계 정상화를 강하게 원하고 있고, 한일 관계 정상화 없이는 아베 내각의 핵심 정책인 ‘정상국가’로의 변신을 달성하기 위한 미국의 전폭적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아베 내각이 꿈꾸고 있는 ‘정상국가’란 정식군대를 가질 수 있고,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자신의 뜻에 따라 외국을 상대로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를 뜻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범국가’라는 지위를 안고 미군정 치하에서 만들어진 ‘평화헌법’을 무력화하겠다는 뜻이다.